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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제작일지] 뮤지컬 ‘아리랑’ 김대성 작곡가가 들려주는 ‘원혼의 아우성’

기사입력 2015-08-04 14: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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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는 무대 위 수많은 작품들은 그냥 탄생하지 않습니다. 몇 달에 거쳐 합을 맞춘 배우들과,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줄 의상과 조명,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 미술과 이를 총괄하는 연출가, 그리고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아름다운 음악까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무대 뒤, 움직이는 사람들의 ‘백조의 발버둥’을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아리랑’을 보기 전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다. 바로 손수건이다. 반만년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치욕스러우며,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의 시절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이들의 처절한 한의 세월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의 장편 소설 ‘아리랑’을 원작으로 한다. 일제 강점기 전라북도 김제읍 죽산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이야기 중 뮤지컬 ‘아리랑’은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주요 인물은 감골댁(김성녀 분)과 독립운동을 펼치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서범석, 안재욱 분) 친일파 양치성(김우형, 카이 분) 그리고 시대가 갈라놓은 연인 방수국(윤공주, 임혜영 분)과 차득보(이창희, 김병희 분) 소리꾼 차옥비(이소연 분) 등이다.


잘 만들어진 대형 창작뮤지컬로 호평을 받고 있는 ‘아리랑’이 자랑할 만한 요소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진달래 사랑’으로 시작하는 ‘아리랑’의 넘버는 이후 ‘탁탁’ ‘풀이 눕는다’ ‘진도아리랑’ ‘어떻게든’ ‘아의 아리아’ ‘아리랑’ ‘절정’ 등으로 이어지더니 ‘진달래 사랑’과 ‘진도 아리랑’으로 끝이 난다. 서정적이면서도 비통하고, 때로는 비장하기까지 한 ‘아리랑’의 넘버들은 웅장한 현대의 오케스트라와 옥비가 부르는 한국의 소리가 덧입혀지면서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남아 맴돌면서 흥얼거리게 만드는 ‘아리랑’의 넘버들은 “‘아리랑’의 OST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올 정도로 뮤지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음악과 한민족의 삶을 담은 아리랑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자아냈고,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판소리는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아리랑’의 음악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클래식의 자존심’이라 평가받는 작곡가 김대성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김대성 작곡가를 뮤지컬로 만나는 것은 2005년 창작 뮤지컬 ‘불의 검’ 이후 약 10년 만이다. ‘아리랑’의 전곡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모두 주관한 김대성 작곡가를 통해 ‘아리랑’의 음악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지리산 피아골에서 들려온 영혼들의 아우성, ‘아리랑’의 음악이 되다


김대성 작곡가가 ‘아리랑’의 작곡을 위촉 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4년 8월이었다. 10년 만에 뮤지컬 음악 작업을 하게 된 김대성 작곡가는 위촉을 받자마자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 4개월간에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그가 선택한 곳은 지리산 피아골, 그 곳에서 뮤지컬 ‘아리랑’의 음악에 대한 윤곽을 잡기 위해 몰두한 김대성 작곡가는 비오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강력한 영감을 받게 된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만약 제게 넉 달간의 여행이 없었으면 말도 안 되는 곡이 나왔을 것이다. 피아골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받았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빗소리가 마치 원혼들의 아우성으로 들리는 것이었다. ‘아리랑’ 속 주인공처럼 원통한 우리 역사의 희생양으로 사라져간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작년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학생들의 원혼의 울림도 들리는 듯했다. 지리산 여행을 통해 그 곳에 머문 한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많이 아파했다. 그때 느꼈던 영혼들의 아우성이 지금의 ‘아리랑’의 음악이 됐다.”

여행에서 돌아온 김대성 작곡가는 그곳에서 느꼈던 영감을 풀어내면서 주제곡의 아웃라인 잡아 나갔다. 본격적인 작곡에 들어선 것은 올해 1월부터였다. 그 중 노래곡 작곡은 약 4개월가량 소요됐고, 무대 위로 올리기 전까지 전체적인 음악 다듬기 및 관현악 편곡에 집중했다.

◇ ‘세월호 비극’에 바치는 통곡의 넘버 ‘아의 아리아’


김대성 작곡가가 ‘아리랑’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극 안에 음악이 녹아들게 하는 것이었다. 왜 이 극에서는 이런 노래가 나와야 하는 것인가, 음악적인 필연성을 놓고 고민하면서 작곡을 한 것이다. 쉽게 예를 들면 고마다가 부르는 넘버를 만들 때, 정말 고마다가 돼 어떤 노래를 부를지 생각하고 작곡을 한 것이다.

“국내 창작 뮤지컬로 한정을 지었을 때 ‘아리랑’만큼 화성을 사용한 작품은 없었다. 현대적인 것에서부터 국악에 일반적인 뮤지컬 어법까지. 모두 수용을 하면서 나름대로 아리랑의 음악적인 것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음악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1막이고 2막은 1막이 가지고 온 밀도를 릴렉스시키면서 울 수 있는 여백이 있다. 둘 다 좋지만 음악적인 요소만 놓고 봤을 때는 1막이 조금 더 풍부하다. 1막의 음악적인 긴장감 없었으면 2막에서 보여주는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한 곡 한 곡 음악적인 필연성을 생각하며 작곡에 임한 김대성 작곡가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는 1막의 엔딩곡 ‘어떻게든’이었다.

“나는 ‘아리랑’이 단순히 일제강점기만을 이야기하는 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1막 엔딩곡인 ‘어떻게든’은 희망을 잃어버린 우리 민족이지만 암흑과도 같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이다. 이런 마음으로 1막 엔딩곡을 썼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처음에 가사 위에 멜로디를 입혔는데, 곡이 영 마음에 안 들더라. 결국 멜로디 먼저 쓰고 그 위에 가사를 입혔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미지만 가지고 음악을 썼다.”

반면 가장 힘들게 만들어진 넘버는 2막에서 나오는 ‘아의 아리아’였다. ‘아의 아리아’는 ‘아’라는 한 단어로 사람들의 한과 괴로움을 표현하는 곡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아리랑’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음악의 매력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아의 아리아’는 세월호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작곡한 곡으로, 통곡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많이 울고 아팠으며, 여전히 슬픈 넘버다,”

◇ 뮤지컬 ‘아리랑’ 한국의 ‘레미제라블’을 꿈꾼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뮤지컬 ‘아리랑’의 1막 엔딩 ‘어떻게든’ 한 장면 / 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 ‘아리랑’은 김대성 작곡가에 있어 자신이 목표로 했던 꿈에 걸음 더 가까이 다다갈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이다.

“제 일생의 소원 중 하나가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같은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꿈꾸던 중, 작년 8월 ‘아리랑’의 대본을 받았고, 이를 읽으면서 ‘레미제라블’에서 느꼈던 감동과 정신을 느꼈다. 작곡비와 상관없이 불멸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레미제라블’의 총보가 있는데, 이를 종종 보면서 영감과 정신을 받았다. ‘아리랑’을 위해 뮤지컬의 관현악법이나, 음악적인 구성법 등 다시 공부하면서 열심히 됐다. 지금 바라는 큰 꿈이 있다면, ‘아리랑’이 ‘레미제라블’과 같이 오랜 시간 살아 숨 쉬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불멸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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