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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기사 천우희 “한계 맛보게 한 ‘우상’, 잊었던 초심 되찾았다” [M+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3.25 10:01:01 | 최종수정 2019.03.25 1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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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우희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MBN스타 김노을 기자] 천우희는 이름 석 자만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다.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들었으며 각종 센 캐릭터는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영화 ‘우상’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갔다.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한공주’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천우희와 이수진 감독은 전작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한공주’에서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을 겪은 한공주로 분했다면, 이번에 천우희는 미스터리한 여인 련화를 연기했다. 극 중 련화는 생존권조차 박탈당한 인물로 오직 살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끊임없이 발버둥 친다. 천우희가 ‘우상’을 택한 이유는 이미 한 번 작업을 해본 이수진 감독에 대한 신뢰와 시나리오가 품은 메시지 때문이었다.

“‘우상’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이수진 감독님이다. 다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한공주’ 만큼의 좋은 합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제 스스로도 감독님에게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전작의 부담은 없다. ‘한공주’는 제게도 의미가 깊고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계속해서 회자되는 게 기쁘다. 두 번째는 한석규, 설경구 선배님의 새로운 조합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면 어떨지 궁금했다. 세 번째는 련화라는 캐릭터다. 물론 쉽게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은 인물이었다. 특히 감독님 성격상 특수분장이나 CG를 쓰지 않고 정말로 눈썹을 밀라고 하실 걸 알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캐릭터에 잠식당하는 느낌을 받았달까. 이상하게 련화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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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우희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천우희는 올해 연기 인생 15년차에 접어들었다. 단역, 주조연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닦아온 그에게도 초심이라는 건 여전히 숙제 같은 감정이었다. 어느 순간 연기를 향한 마음이 맹목적으로 변함을 느꼈고, 초심으로부터 몇 발자국 멀어져 갔다. 바로 그때 ‘우상’을 만났다.

“‘우상’은 제 한계를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연기를 잘하고 싶었고, 잘하는 걸 넘어서서 한 차원 다른 연기가 무엇일지 궁금했고 또 부러웠다. 작품을 끝내고 돌이켜보면 ‘내가 제일 힘들어’라는 생각도 들고 힘든 걸 해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저 감사하고 모든 게 소중해지더라. 타인에게 인정받거나 스스로를 뛰어 넘으려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연기를 왜 하고 싶어 했지?’라는 질문을, 창작의 즐거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끔 해준 작품이 ‘우상’이다.”

극 중 련화는 외적인 이미지부터 전사, 대사까지 모든 게 강렬한 인물이다. 눈썹이 뜯긴 채 살벌하게 내뱉는 진실은 그 무엇보다도 섬뜩하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자비하고 공포스러워 보이는 한편 연민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천우희는 미스터리한 이 인물이 혹여나 비호감으로 보일까 걱정했고, 그의 전사를 상상하며 빈틈을 채워나갔다.

“저는 련화에게 연민을 느꼈다. 처절하고 불쌍했다. 그런 와중에 천진한 느낌이 있기를 바랐다. 련화가 너무 이질적이거나 먼 사람이 아닌, 호감까지는 어렵겠지만 비호감은 아닌 사람이길 바랐다. 적어도 제가 캐릭터 분석을 할 때는 그랬다. 제가 련화로 살았던 기간 동안 거의 칩거하다시피 했다. 원래 집순이긴 한데 눈썹이 없어서 대외적 활동을 못하는 건 또 쉽지가 않더라. 감독님과 설정했던 건 련화의 눈썹이 조금씩 자라는 거였다. 그런데 한 번만 밀기로 한 눈썹을 두 번 밀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제가 두 번째 밀 때 엄청 징징거려서 눈썹을 약간 남겼다. 이후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눈썹의 미묘한 차이 하나에서도 느낌이 다르더라. 결국 감독님께 ‘두 번째 눈썹 밀 때 확 밀 걸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감독님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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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우희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천우희의 리얼한 연변 사투리와 중국어 구사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련화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살얼음판 같았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연변 사투리 경우 자막이 붙지 않기 때문에 대화 흐름을 읽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리 단계 때부터 저와 감독님, 사투리 선생님 셋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조율하며 대사를 만들어갔다. 영화 ‘황해’ 속 사투리를 뛰어넘으라는 요청 하에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웃음) 막상 대사를 알아듣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속상하더라. 현장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아서 잘하는 줄 알았다. 리얼하게 하는 게 참 어렵다는 걸 느꼈다.”

‘우상’은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었다. 천우희와 한석규, 설경구는 각자가 맡은 인물 그 자체가 되어 또 한번 진가를 입증했다. 천우희는 대선배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며 느낀 바가 많았다.

“한석규 선배님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선배님은 그런 부분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주셨다. 제 말도 많이 들어주시고, 정말 좋았다. 설경구 선배님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정말 츤데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으시지만 모든 걸 다 기억하시더라. ‘우상’ 현장은 딴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선배님들의 자세와 내공을 느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참 많은 걸 느꼈다.” /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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