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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유령’을 만날 타이밍 #박차경 #2021년 #2세 [M+인터뷰①]
기사입력 2023.01.28 07:11:01 | 최종수정 2023.01.31 10:59:58
‘유령’ 이하늬 사진=CJ ENM
‘유령’ 이하늬가 바위 같이 단단한 존재감과 무게감있는 액션으로 큰 임팩트를 남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의 배우 이하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이다.
이하늬는 극 중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을 맡았다. 그는 이전 작품과는 사뭇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줬다.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 영화 ‘극한직업’ 등을 통해 쾌활하고 텐션이 높고 화끈한 성격을 보여줬다면, ‘유령’ 속 이하늬는 차분하고 강단있는 매력이 폭발했다. 또한 무채색에 가까운 느낌을 연기했다.
그만큼 이하늬의 무게감은 항일 영화 ‘유령’ 속 박차경이라는 인물이 주는 뭉클함, 단단함으로 이어졌다. 이에 개봉 전 시사회부터 개봉 직후까지 이하늬의 열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유령’까지 “잘 만들었다” “재밌다” “아름다운 영화” 등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사실 감이 잘 없다. 감을 잘 안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찍는 거는 열심히 찍지만 시청률이나 관객분들의 평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인 거 같아서 맡긴다. 완성된 작품은 재밌게 봤다. 내가 낳은 자식을 두고 ‘예쁘지 않아?’ 하는 게 조금 그렇다. (웃음) 객관적으로 볼 때 ‘조금 아쉽다’ 할 때도 있는데 이해영 감독님 참 대단하다. 어떻게 됐던 자기의 색을 가져가면서 디테일을 다 넣었구나 했다.”
박차경이라는 인물은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그만큼 이하늬의 부담감도 컸을 터.
“많이 있었다. 이 정말 바위와 같이 지탱해줘야 하는 몫이라는 게 있다.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더라도 길게 끌고 갈 수 있어야 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걸 생각했다.”
이하늬 인터뷰 사진=CJ ENM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당시는 어땠을까. 특히 항일 영화 속 여성독립군의 계보를 잇게 됐다.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다니’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이 나를 생각하는 느낌이,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더 큰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배우가 저 작품을 선택했네도 있지만, 운명처럼 오고 작품이 나를 선택해주는 것도 있다. 타이밍, 액션이 가능한 나이대 등이 모든 게 맞아야 하는데 그런 게 맞아서 감사하고 럭키였다.”
“이해영 감독님 자체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스타일리시한 것 같다. 보통의 항일 영화라고 하기에는 사실 시대적인 거지, 그걸 때놓고 봐도 2023년물로 만들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게 나온 것 같다. 박차경도 1차적으로 슬픔을 통곡하면서 주저 앉아 운다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면에서 흐르는 정신은 너무나 올곧게 서있는 영화이다. 쥰지(설경구 분)의 모가 죽기 전에 하는 말은 안중근 의사의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막둥이가 하는 말도 실제로 독립투사들이 갖고 있는 정신이다. 그 정신을 면면이 흐르게 하면서도,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스타일리시하게 만들 수 있지를 눈으로 본 느낌이다. 그 안에서 박차경이라는 인물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 집에 온 장면이 참 차경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난영(이솜 분)과 그런 사건이 있고 나서이다. 혼자 힘겹게 세면대 위에 기대 덜덜 몸이 떨리지만, 주저 앉아 엉엉 울지 않는다. 똑바로 거울에 비치는 자기의 모습을 쳐다보는 장면인데 그게 차경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렇게 1차적으로 폭발적인 슬픔이나 화를 내뱉는 단면적인 구조의 캐릭터이기보다 조금 더 깊이가 있고 깊은 동굴 안에서 어떤 전사로 ‘저 사람을 지탱하고 있을까?’라는 스스로 질문을 할 정도의 캐릭터였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있을 텐데’라는 궁금함의 레이어를 만들고 실제로 그렇게 작업했다.”
그렇다면, 박차경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하늬는 1차원을 넘는 그 이상의 것으로 들어가고 싶었음을 고백했다.
“차경 같은 경우에는 그런 캐릭터를 너무 연기하고 있을 때 선물처럼 왔다. 이런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살고 있는 인물을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차경이의 대사가 많지 않은데 많지 않은 대사 중에 한 말을 두 번이나 한다. ‘살아, 죽는 건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 그 말을 뱉는 마음이 어떨까. 삶을 되게 찬란하게 살고 있는데, 차경 같은 경우는 죽음을 위해 사는 삶인 거다. 너무 철저하게.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죽기 위해 죽지 못한다. 죽음을 위해 사는 삶은 어떤 걸까 생각하고 작업했다. 그런 점에서 아주 반영이 된 캐릭터가 유리코이기도 하다. 모질게 살아 남는 게 잘 죽어야 할 때 죽으려고 사는 삶. 그런 독립 투사들의 삶을 내 안에 가지고 오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와락 쏟아내고 해소되면 모르겠는데 그 찰랑찰랑한 슬픔과 분노를 계속 찰랑찰랑하게 살아가는 거다.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일상을 살아가는 느낌.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잃은 거면 목 놓아 울었을 텐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을 거다. 난영뿐만 아니라 그렇게 동지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거다. 내 삶을 지탱하는 많은 의미가 사람 때문인 거다. 내 삶을 지탱하는 그런 깊숙한 곳에서 의미가 있는 관계와 사람들이다. 그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한 순간의 총성으로 1초만에 모든 것의 의미에서 무의미로 변했을 때의 허무함. 그 신념이 그걸로 되나 싶은 차경의 레이어에 집중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
‘유령’의 촬영이 시작됐던 2021년은 유독 이하늬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유령’을 만났고, ‘원 더 우먼’으로 확실한 입지를 다졌고, 결혼과 임신까지 겹경사를 맞았다.
“정말 그보다 더 많은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 ‘유령’이 특별하고 소중하다. 정말 돌풍과 같은 인생에 구심점이 되어줬다. ‘정말 정신이 없네?’ 했는데 ‘유령’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유령’이 내 인생에 있어서도 구심점이 됐구나. 모든 작품들이 하나하나 자식 같고 소중하지만,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있다. ‘유령’이 그런 작품이라고 확실히 생각한다.”
이하늬는 지난해 6월 출산했다. 이후 휴식기를 가진 뒤 오랜만에 복귀하게 됐다.
“임신, 출산이라는 게 만만한 게 아니더라. 그런데 정말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많이 생각한다. 엄청난 희생임이 분명한데 엄청난 행복인 거도 분명하다. 이제는 진짜 어떤 결의 배우가 될 것인지 스스로도 조금 생각을 하고 정립을 하는 시기이기도 한 것 같은데 삶을 좀 살아가면서 삶을 연기에 녹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면, 삶을 녹이면서 삶을 사랑하면서 연기하는 배우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하늬의 2세에 대한 관심도 많다. ‘유퀴즈’ 등을 통해 출산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아이를 보면) 힘이 많이 난다. 체력은 많이 소진 됐는데, 임신했을 때도 ‘내가 사람으로 살면서 이 정도 완성도 있는 일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다. 국악도 순수예술인데, 형체가 없지만 완성도 있는 것을 계속 4살 때부터 트레이닝을 받아 왔다. 배우일도 그렇고. 이거보다 완성도 있는 일을 더 할 수 있나 했다. 죽기 전에 할 수 있나 생각했을 때 없더라. 완전히 인간을 배아부터 시작해서 태아로 만들어서 인간으로 만들어서 내보낸 후에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보다 완성도 있는 일이 뭐가 있나 싶더라. 관점이 달라졌다. 완전히 인간계의 일이지만, 완전히 신의 영역에 있는 교집합을 몸으로 겪으면서 느꼈다. 37시간의 진통을 겪어서 아직 그 잔상이 남아 있다. 끝까지 자연 분만을 외쳤는데 ‘이래서 제왕절개를 하는 거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그 고통을 몸으로 맞아 보니까 ‘이런 거구나. 이게 삶이구나’ 하고 있다.”
“아이는 나를 많이 안닮고 남편을 많이 닮았다. 37시간 진통을 했는데 너무 맨정신이라 아이를 받았을 때 딱 봤는데 너무 갓 캔 고구마 같더라. 내가 그때 너무 놀랐다. 상상하는 아기의 모습이 있지 않나. 그래도 ‘뽀얗고 예쁘겠지?’ 했는데 양수에 되게 뿔어서 탯줄도 덕지덕지 붙어있고 빛깔도 검붉더라. 그 경이로운 순간에도 ‘이게 뭐지?’ 하고 받았다. 너무 맨정신이라 이게 좋은 건가 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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