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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신예’ 송지호 “차선책은 없어요…오로지 ‘연기’”
기사입력 2016.05.26 16:31:06 | 최종수정 2016.05.26 17:21:21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송지호입니다. KBS2 ‘하이스쿨 러브온’과 드라마 ‘디데이’에 출연했어요. 최근엔 tvN ‘기억’에 특별출연을 했고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데 감독님들께서 절 믿고 써주신 덕분에 제가 좋은 경험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 선배님들이 그리워요.(웃음)
◇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열정’ 불태웠죠
최근에 드라마 ‘디데이’에서는 김영광 선배님의 동생 역으로 나왔어요. 아직 부족한 절 캐스팅해준 감독님을 위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엄청 들어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미드 보면 주인공들이 정신병자처럼 방 안에 사진 가득 붙여놓고 중얼대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오버’같은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저도 그렇게 제 방에서 틀어박힌 적이 있었답니다.(웃음)
차인표, 김상호 선배님 등 ‘대선배’들과 촬영 했는데요, 정말 편하게 해주셔서 제 안에 있는 걸 많이 끄집어내면서 촬영했어요. (김)영광이 형도 ‘사이다’처럼 제게 솔직한 조언을 많이 해줘서 오히려 제겐 진짜 많이 도움이 됐고요. 아직도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제가 현장에서 막내여서 내리사랑과 귀여움을 많이 받았답니다.
특히 김상호 선배님과는 붙는 장면이 많았어서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원래 대부분 현장에 도착하면 차에서 준비하거나 쉬는데 김상호 선배님은 헬멧 쓰고, 방화복 입고, 대본 보면서 혼잣말을 막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왜 그러시지’ 했는데 나중엔 제가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땀방울도 스프레이가 아니라 진짜 땀을 흘리려고 하시고요. 정말 그 호흡과 그림이 좋더라고요. ‘진짜 연기’라는 말을 실감했어요. 덩달아 저도 옆에서 함께 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배웠답니다.
사진=이현지 기자
그리고 성열이! 인피니트 성열 씨는 ‘하이스쿨 러브온’에서도 함께 출연했고, ‘디데이’에도 연달아 출연해서 정말 좋았어요. ‘하이스쿨 러브온’ 끝나고 간간히 연락하며 지냈는데 대본 리딩 자리에 성열 씨가 딱 앉아있는 거예요. 둘 다 깜짝 놀라가지고 서로 “여기 왜 있어” 이러고.(웃음) 그렇게 재회했는데, 현장에서 유일한 또래여서 정말 친하게 지냈어요. 의지도 많이 됐고요.
◇ 드라마는 아직도 낯설지만 정말 재밌어요
제 첫 드라마는 ‘조선총잡이’란 작품이었어요. 제가 일본인 역을 맡았는데 계속 일본어로만 연기했거든요. 중국 유학을 갔다온 게 ‘일본 유학’으로 잘못 소문이 나가지고 캐스팅이 된 거였어요.(웃음) 일본 유학한 친구에게 대사를 녹음한 파일을 받아서 엄청 외웠죠. 그 드라마에서 오타니 료헤이 형님을 제가 죽여요.(웃음) 정작 제게 일본어도 가르쳐주시고, 주변 선배님들도 많이 소개해주신 분인데 드라마를 하차시킨 장본인이 됐죠.(웃음)
그리고 최근엔 tvN ‘기억’에서 천민규란 역으로 짧게 출연했어요. ‘기억’ 오디션을 봤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시간이 흘러서 감독님께서 절 기억해주시고 역할을 제안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소중한 기회 덕분에 한 회 분량으로 짧지만 나름대로는 이 캐릭터 없으면 연결이 안 되는 중요한 역할로 출연했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그렇게 특별출연 같은 걸 처음 해봤는데요, 어렵더라고요. 원래 드라마들은 이 캐릭터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자랐고, 목표는 어떤 거라는 등의 캐릭터만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천민규는 덜컥 ‘어린 양아치, 마약사범’ 정도의 설정만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짧은 출연이었지만 고민을 많이 했던 캐릭터여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전 아직은 드라마는 낯설어요. 메이크업팀, 헤어팀 같이 모든 스태프들을 다 통틀어도 제가 현장에서 항상 어려요. 그래서 다들 예뻐해 주셔서 불편함은 없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조금씩 그 낯설음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기억’은 하루 가서 찍는 건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배우는 현장에 있어야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작은 역할이라도 주어진다면 발전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못하면 도태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 가고 싶어요, 얼른.(웃음)
◇ ‘친구2’에 ‘야간비행’까지, 운이 좋아 캐스팅이 됐죠
제가 데뷔는 영화 ‘친구2’로 했어요. 배우를 엄청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를 해서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어요. 거기서 열심히 유학생활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의외로 철도 좀 빨리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연기는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귀국 후에 군대를 다녀와서 다짜고짜 부산에 있는 극단에 들어갔어요.
그 때 한창 부산과 울산에서 ‘친구2’ 오디션을 열었어요. 극단 형들과 다 같이 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됐더라고요. 제가 연기는 정말 못했는데, 막춤도 추고 별 걸 다 했던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웃음) 그게 첫 오디션이었는데 덜컥 붙어서 데뷔를 하게 됐어요. 부산 사투리가 강점이 됐던 걸까요? 저도 제가 왜 됐는지 사실 모르겠어요.(웃음)
‘야간비행’에 캐스팅된 것도 비슷해요. 이송희일 감독님과 친한 형이 있는데 그 형을 따라서 미팅을 갔다가 얼떨결에 밥도 먹게 됐어요. ‘넌 뭐하니’라고 묻기에 ‘신인배우입니다’ 했더니 오디션 보러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역시 전 잘하지 못했죠.(웃음) 그저 웃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이미지가 좋다고 뽑아주시더라고요. 굉장히 제게 잘 해주셨는데 그 작품이 칸에 출품까지 돼서 깜짝 놀랐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잘한 건 모르겠고 열심히는 했어요. 뭣 모르고 열심히 할 때 나오는 그 패기 있잖아요. 그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저 한 번 춤을 추겠습니다’ 손 들고 춤추고요.(웃음) 지금 하라면 못 할 거 같은데 순수한 마음에 그렇게 했어요. 그 패기가 통한 것 같기도 하고요. 운이 좋았어요, 전. 그런 생각 하면 정말 감사한 경험이죠.
◇ 중국에서 공부하던 제가 연기를, 그것도 아버지 이름 딴 배역을 하다니
저는 중국에서 대학교를 다녔어요. 한 4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이 놀았죠.(웃음) 그래도 중국어는 정말 많이 배웠어요. 17살 때 가서 한창 공부하고 거기서 대학을 가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강해진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해요. 억척스럽게 혼자 헤쳐 나가려고 애쓰는 마음들이 생겼어요.
사실 부모님께서는 연기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정말 심하게 반대하셨죠. 군대도 아버지 몰래 신청하고 들어가기 3일 전에 말씀드릴 정도였으니까, 계속 냉전이었던 거죠. 제가 2월에 제대하고, 3월에 오디션 보고, 5월에 ‘친구2’를 촬영했어요. 아버지께서 싫어하셔서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나아간 거죠.
사진=이현지 기자
그 때 곽경택 감독님께서 (김)우빈이 형 뒤에서 있던 7명 정도의 무리들에게 “너희는 고생 많이 했으니까 특별히 건달1, 건달2가 아니라 이름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다른 형들은 멋있고 센 이름을 찾더라고요. 저는 뭘 할까 고민을 했는데, 아버지 성함이 어떨까 싶었어요. 부자지간의 그런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아버지께선 안 보시는 듯 하더니 회사에서 점심 거르시고 조조영화로 보셨다고 어머니께서 귀띔해주시더라고요. 크레딧까지 다 보셨대요. 참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제 극중 첫 이름이기도 했고요. 감동이 좀 있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역할은.
◇ 초조함보다는 ‘마일리지’ 쌓는다는 느낌으로
‘야간비행’의 (이)재준이 형이나 (곽)시양이 형이 잘 되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좋아요. 언제나 어디서나 만나도 반갑고요. 제 마음 속 어딘가에도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싶어요. 전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제가 가진 장점은 군대 빨리 다녀온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직 어리기도 하고,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으니까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초조함 이런 것보다는 얼른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단 생각은 해요. 대신 차선책은 만들지 않으려고요. 차선책은 ‘이게 아니면 저걸로 가야지’라는 거잖아요. 그게 생기는 순간 사람은 안주를 하게 돼요. 그래서 차선책 없이, 돌아갈 곳 없이, 그저 연기에만 집중해서 달리려고 해요.
전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자부해요. 중국에서의 삶으로 얻은 것도 많고, 영화와 드라마도 조금씩 해봤고요. 중국 예능에도 딱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것도 좋은 경험이고요. 피할 수도 있었지만 다 했어요. ‘가보자’ 했더니 하나씩 ‘마일리지’로 쌓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저만의 ‘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있어요. 언젠간 ‘늙어도 개성있는’ 배우, 나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한결 같이 노력할 겁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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