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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제작일지] 제작자 박용호, 녹록치 않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말하다

기사입력 2016-02-02 13: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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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는 무대 위 수많은 작품들은 그냥 탄생하지 않습니다. 몇 달에 거쳐 합을 맞춘 배우들과,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줄 의상과 조명,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 미술과 이를 총괄하는 연출가, 그리고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아름다운 음악까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무대 뒤, 움직이는 사람들의 ‘백조의 발버둥’을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다시 돌아왔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제작사였던 뮤지컬 해븐의 법적관리 신청 이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은 ‘넥스트 투 노멀’의 귀환을 뜨겁게 반겼고, 이에 화답하듯 극중 굿맨 패밀리는 여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가 구성원들의 아픔과 화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굿맨 가의 안주인 다이애나에게는 열여덟이 된 아들 게이브와 우등생이지만 반항기에 접어든 딸 나탈리,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댄이 있다. 다이애나에게는 헌신적이고 자상한 댄이지만 정작 게이브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며, 나탈리 역시 사춘기소녀답게 오빠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한 아들 게이브는 생후 8개월 만에 장페색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다이애나의 망상 속에서 살아온 인물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애나의 망상과 이에 따른 조울증은 점점 심각해지고, 댄은 이런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애를 쓴다. 계속되는 치료에도 다이애나의 증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에 따라 병원에서는 점점 더 독한 약물의 처방을 감행한다. 급기야 전기충격요법까지 사용하고, 그렇게 다이애나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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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과 마약, 그리고 자살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넥스트 투 노멀’이 그럼에도 감동적인 이유는 상처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얽매여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치유를 위해 달려가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 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딘가면 견딜게”라는 나탈리의 가사는 ‘넥스트 투 노멀’을 관통하고 있다. 상처를 안고 노멀, 평범함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굿맨 일가의 발버둥은 객석에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넥스트 투 노멀’이 자랑하는 건 탄탄한 스토리뿐만이 아니다. 재즈, 컨츄리, 발라드는 물론 클래식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시킨 넘버들은 라이브 밴드와 만나면서 굿맨 일가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여기에 각 층마다 명확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3층 구조물은 극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면서 현실과 초현실적인 느낌을 오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꾸준한 사랑을 받는 ‘넥스트 투 노멀’이지만, 한 때는 더 이상 국내에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도 있었다. ‘넥스트 투 노멀’의 제작사였던 뮤지컬 해븐이 법적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쓰릴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스위니토드’ 등 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소개했던 뮤지컬 제작사였던 만큼, 이 같은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고, 그렇게 관객들은 더 이상 ‘넥스트 투 노멀’을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막연히 다시 무대에 오를 날만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래 기다렸기에 특별한 ‘넥스트 투 노멀’은 전 뮤지컬 해븐의 대표이자 현 에이리스트 공연사업부 박용호 대표에게 소중한 작품이다. 플레인글로벌의 투자와, 에이트리스의 협업으로 ‘넥스트 투 노멀’에 남아있던 불씨에 불을 붙여주었을 뿐 아니라, 박용호 대표가 다시 한 번 공연계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용호 대표와 만나, 들려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 중 ‘넥스트 투 노멀’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 녹록치 않은 ‘넥스트 투 노멀’ 한국 무대에 오르다

박용호 대표가 말하는 ‘넥스트 투 노멀’은 ‘녹록치 않은 작품’이었다. 조울증에 마약 등 뮤지컬에서 잘 사용되지 않은 낯선 소재를 사용하는 만큼 대중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프레인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 주셨다. (웃음) 초연 당시 박칼린을 캐스팅하면서 화제도 있었지만 수익 면에서 턱걸이였던 작품이었다. 작품이 좋다는 것을 다 인정하지만, 대형공연이 주를 이루고, 작품 보다는 배우를 우선시 여기는 현 세태에서 쉽게 먹히는 작품은 사실 아니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배우를 비롯해 투자자 모두 대단한 용기를 내신 것이고, 작품을 보러 연강홀까지 발걸음 하는 관객들 역시 대단하다. 지지해 주는 분들 덕분에 ‘넥스트 투 노멀’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넥스트 투 노멀’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제일 1 순위에 대해 박용호 대표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를 꼽았다. 삼연 째 같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칼린, 이정열, 남경주 등 각자의 인생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각 인물들을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찾고자 하는 ‘배우의 욕심’으로 우리 작품에 출연하는 것 같다.(웃음) 박칼린이나, 남경주, 이정렬 등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배우들 모두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 우리보다 돈을 더 받으면 더 받았지 못 받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아닌 작품이 주는 만족감에 계속 함께 하는 것 같다.”

◇ ‘넥스트 투 노멀’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좋은 작품을 유명 스타가 해서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며 지난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박용호 대표는 ‘넥스트 투 노멀’에 대해 “21세기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런 의미에서 자부심이 개인적으로 충만하다”고 털어놓았다.

“‘넥스트 투 노멀’이 등장하면서 브로드웨이의 기조가 바뀌었다. 과거 쇼뮤지컬이 사랑을 받고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뮤지컬이 나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공식화된 뮤지컬이 아니라, 드라마가 강화된 것이다. ‘넥스트 투 노멀’은 현 시대에 통하는 작품이자 굉장히 대단한 작품이다. 단순히 퓰리처상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먼저 소재만 놓고 보면 뮤지컬에서 쉽게 선택하지 않은 소재고, 내용 역시 모험적인 요소들이 많다. 한국에서 될 거라고 생각하고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이 주는 시사성을 본 것이다.”

박용호 대표는 ‘넥스트 투 노멀’을 시작으로 더욱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번 접었다고 피어나니 더 분발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진 박용호 대표는 앞으로 제작사로서 작품의 주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것을 본편에서도 충족시키는 것이 제 목표다. 제작자로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것을 꿈꿨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관객께서 아껴주시는 작품들이 있는데 언젠가는 꼭 올리고 싶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우회 전략들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테면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콘서트로 한 번 한다든지…배우들 하자고 하면 할까 모르겠지만.(웃음) 그리고 내년이 ‘쓰릴미’의 10주년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 중에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디자인=이주영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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