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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조한철, 희극 속에서 비극을 찾는 ‘진짜 연기자’

기사입력 2014-08-22 13:33:54 | 최종수정 2014-08-22 16: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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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안성은 기자] ‘고교처세왕’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대기업 본부장이 된 이민석(서인국 분)이다. 그러나 ‘고교처세왕’에서 그 누구보다 현실적인 처세술을 펼친 이는 팀장 김창수(조한철 분)였다. 팀장이라는 지위는 그를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아닌 애매한 지위로 만들었다. 김창수를 연기한 조한철은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PD님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창수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 있어요. 저는 그 부분에 격하게 공감했죠. ‘고교처세왕’은 코미디 극이었지만 그 속의 김창수는 달랐어요. 이 시대의 전형적인 40대 남성이 김창수였어요.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소외받는 아버지, 회사에서는 그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하는 인물. 그래서 아마 민석이에게 더 많은 애정 표현을 하고 친밀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무리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민석에게 풀었기 때문일까. 주인공 커플인 민석-수영(이하나 분) 못지않게 민석-창수 조합을 반기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삼촌과 조카를 연상케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새로운 남남 케미의 등장을 알리며 인기를 누렸다.

“케미 돋는다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사실 몰랐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잘 어울린다’ ‘케미 돋는다’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케미 사이에는 인국이의 공도 컸어요. 연기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친구임에도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잘 놀아요. 그 친구의 촬영을 보고 있을 때면 ‘저 나이에 저렇게 잘 놀아도 되나?’는 생각도 할 정도였죠. 또 다른 파트너였던 김원해 형과 제가 촬영 도중에 애드리브를 많이 치는 편인데, 인국이가 곧잘 받아줬어요. 그런 부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민석과 창수의 캐릭터가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는 맛이 있었다면 한영석(김원해 분)에게 창수는 일방적인 구박의 대상이었다. 창수의 완벽하지 못한 일처리는 늘 영석을 분노케 했고, 구박하는 영석과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내는 창수는 드라마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특히 두 사람은 드라마의 작은 부분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때로는 두 사람의 애드리브가 아쉽게 편집돼 전파를 타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깨알 같은 설정은 시청자를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원해 형이 소트니코바의 모습을 패러디한 적도 있어요. 아쉽게 편집됐지만…. 그래도 원해 형이 한 설정 중에 5000원 짜리 문화상품권을 주는 장면은 방송에 나왔어요. 당시 원해 형이 제게 찾아와 ‘한철아 이런 거 해도 돼?’라고 물어보더니 매니저를 시켜 사비로 상품권을 구매했어요. 정말 연기에 있어서 타고난 선수죠.”

하지만 이 같은 상황들이 배우의 노력으로만 나올 수는 없는 것. 그는 애드리브를 보다 잘 살릴 수 있었던 이유로 유제원 PD와 양희승 작가를 꼽으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애드리브를 좋아하지 않는 PD와 작가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유 PD와 양 작가는 애드리브에 있어서 굉장히 관대한 편이예요. 유제원 PD는 말 그대로 ‘방임주의’예요. 저희가 카메라 앞에서 실컷 놀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죠. 양희승 작가는 배우들의 애드리브, 감정 변화를 굉장히 잘 캐치해요. 캐릭터가 지루하다고 느낄 것 같은 순간에 제가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 그걸 바로 알아차리더라고요. 어쩌면 창수가 본부장이 된 것도 양 작가의 세심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진우(이수혁 분)와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나도 본부장 시켜줘’라는 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후에 본부장이 되었거든요. ‘고교처세왕’ 대본을 보며 느낀 점은 작가와의 소통이 많다는 것이었죠.”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주변 배우, 제작진에 끊임없이 고마움을 표했지만 사실 그도 연기경력으로 따지자면 꽤 잔뼈가 굵은 배우다. 중학교 3학년, 대학로 공연을 본 후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조한철은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드라마 ‘아이리스’ ‘대풍수’ ‘우와한 녀’ ‘스캔들’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어느 덧 연기경력 15년을 지나 20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그에게 ‘처세’란 무엇일까.

“창수가 처세의 달인이었지만, 조한철에게는 처세란 ‘없는 것’이었어요. 사실 대학교 때까지 대인관계가 굉장히 활발했어요. 그런데 연극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솔직히 한 공연을 시작하면 몇 개월 간 동고동락하는데 안 친해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친목이라든가 처세라는 게 딱히 필요 없었어요. 게다가 연극 무대는 ‘내 동네’였잖아요. 부담이 없었죠.”

그의 이야기가 달라진 건 방송, 영화로 진출하면서 부터였다. 대인관계에 큰 힘을 쏟지 않았던 그는 친목을 위한 자리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연극과 달리 영화와 방송은 그에게 ‘남의 동네’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늘 구석에 앉아 조용하게 있던 그가 달라진 것은 새로운 방법을 찾은 뒤였다. 그가 생각한 대인관계 유지 비법은 ‘진심’이었다.

“SBS에 있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PD님을 찾아가 솔직하게 말했어요. 방송이 너무 어렵다고. 물론 그 분이 제게 해답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털어놓은 뒤로 조금씩 바뀌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교처세왕’의 현장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죠. 굉장히 밝고 즐거웠거든요.”

‘고교처세왕’에서 완벽한 희극 연기를 선보인 조한철은 다시금 진지한 캐릭터로 돌아올 예정이다. 영화 ‘간신’과 ‘곡성’을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 영화로 돌아오지만 그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연극에 대해서도 욕심을 놓지 않았다.

“영화든 방송이든 연극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뭐든 다 해야죠. 아직 하고픈 연기가 많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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