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기사 > 기사

기사목록 인쇄 |  글자크기 + -

[M+기획…‘루저’의 반란②] ‘루저의 난’ 그 후…달라진 ‘루저’의 위상

기사입력 2015-06-02 13:04:35 | 최종수정 2015-06-02 13:42:24

기사 나도 한마디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MBN스타 유지혜 기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루저’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던 ‘루저의 난’을 기억하는가. 당시의 ‘루저’와 지금의 ‘루저’, 참 많은 부분에서 대접이 달라졌다.

지난 2009년 ‘루저의 난’은 KBS2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여대생이 “키 180cm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이 여대생의 발언은 서양권에서 사용되는 ‘루저’의 의미, 즉 ‘패배자’ ‘실패자’로 받아들여지면서 수많은 남성들로부터 반감을 샀다. 당시 이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법원으로 향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일화는 발언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후 ‘미녀들의 수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작진에 대한 징계’를 받았고,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공개 사과문을 내보내야 했다. 그동안 여성들의 그릇된 남성관, 결혼관 등을 주제로 삼아 지적을 받았던 ‘미녀들의 수다’는 이 사건으로 하여금 내리막길을 걸었고, 대개편으로도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못하며 결국 폐지를 하게 됐다. 해당 여대생은 당시 누리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집중 폭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빗발치는 항의 메일로 결국 잘렸다더라”는 루머들이 돌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어쨌든 한국에도 ‘루저’라는 단어가 상륙했다. 처음 ‘루저’는 ‘미녀들의 수다’의 영향으로 외모 비하의 의미를 지닌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됐다. 하지만 비속어들이 으레 그렇듯 ‘루저’도 유행어처럼 번지고 자주 사용되면서 의미가 중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루저’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던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청년 실업’ 등 20대들의 고충과 맞물리면서 ‘잉여’ ‘이태백’ ‘니트족’ 등과 같은 단어처럼 사회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됐다.

하지만 ‘루저’들이 대중문화계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면서 ‘루저 문화’는 하나의 하위문화로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장기하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루저 문화’는 지금의 ‘루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2008년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앨범 ‘싸구려 커피’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들은 “눅눅한 비닐 장판”에 누워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가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한” 상황을 묘사하는 가사(‘싸구려 커피’)에서는 불안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느리게 사는’, ‘여유작작한’ 모습을 은유하면서 ‘빠르게 가는’ 세태에 대한 거부감을 내재하기도 한다. 즉, 상대방을 비하하는 단어였던 ‘루저’를 나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로 만들고, 이를 기존 문화를 거부하는 대안 문화의 키워드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2010~2011년도의 웹툰계에 불어 닥친 ‘루저 웹툰’ 열풍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김규삼의 ‘쌉니다 천리마 마트’, 하일권의 ‘목욕의 신’, 이말년의 ‘이말년 씨리즈’ 등의 웹툰들은 좌천된 사장과 어딘가 부족한 직원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목욕탕 때밀이(목욕관리사)로 취직한 전문대 졸업 백수와 같은 ‘루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루저 웹툰들은 ‘병맛’ 코드와 결합해 ‘유쾌한 루저’의 감성을 만들어냈다. 이런 ‘루저’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기성세대의 질서, 무의미하고 끊임없는 경쟁들을 탈피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에 통쾌함을 안기기도 했다.

경쟁 사회, 바쁘게 사는 사회의 대안 문화로 갈라진 ‘루저’는 한편 사회구조 속의 문제들을 풍자하는 단어로 변모하기도 했다. 대중문화 안에서 ‘루저 문화’가 한 갈래로 만들어지는 그 시기에 사회적으로는 ‘루저’라는 단어가 학벌구조, 체격이나 외모와 같은 개인의 요소들이 모두 상품화 돼가는 사회구조에서 밀려나는 청년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어로 자리 잡아가게 됐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제공=CJ E&M



학벌이 위주가 되는 학벌사회는 엘리트들을 대기업으로 안정적으로 고용해 줄 수 있을 때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이 학벌체제는 끊임없이 위기를 맞았고, 자연스럽게 위기는 치열한 경쟁을 불러왔다. 지금의 2030세대들은 기성세대에게는 ‘정치의식이 없다’ ‘패기와 낭만이 없다’고 저평가 받고, 아래로는 경쟁 체제에 나름의 질서와 방법을 강구해낸 세대들이 치고 올라오는 ‘사면초가’의 세대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경쟁은 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2030세대가 열패감에 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2030세대들의 자화상을 담은 것이 바로 지금의 ‘루저’ 키워드다. tvN ‘초인시대’의 병재, 창환, 이경처럼 취업은 늘 실패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도 쉽게 하지 못하고, 월세 방을 전전하며 부채에 시달려야 한다. 빅뱅의 노래 ‘루저’의 가사에도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가 등장하고, tvN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분)는 그렇게 고군분투를 했는데도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이런 ‘루저’들이 주인공이 되면서 지금의 청춘들을 응원하기도, 아픔을 대신 드러내기도 하며 공감을 끌어내는 요소가 됐다.

우리나라 ‘루저’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작은 부정적으로 시작했다. 상대방을 비하하고 내리까는 단어였던 ‘루저’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면서 지금은 때로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주장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끝없는 경쟁에 지친 서로를 향한 위로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를 ‘루저’라고 칭하며 다른 ‘루저’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자세로 ‘루저’를 받아들이고 있다.

<참고>
* 동아시아 루저문화의 계보 (글 윤영도, 제공 동아시아연구소, 2015. 03)
* 루저문화의 얼굴들 (글 최지선, 제공 오늘의 문예비평 2010 봄호)
* 루저는 ‘세상 속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글 한윤형, 제공 황해문화 2009 가을호)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관련 기사> [M+기획…‘루저’의 반란①] ‘루저’, 트렌드가 되다"

<관련 기사> [M+기획…‘루저’의 반란③] ‘루저’들이여, 우리는 모두 가치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뉴스

MBN 스타

  1. 앳하트, 디싱 ‘Butterfly Doo...
  2. ‘버추얼 걸그룹’ OWIS, 5인 5색 ...
  3. ‘최연소 승무원 출신’ 표예진, 승무원 ...
  4. 영파씨, 4월 초 디지털 싱글로 초고속 ...
  5. ‘컴백 D-4’ 인어미닛, 신보 프리뷰 ...
  6. 빌리 츠키, 셀프 인테리어→요리까지…‘자...
  7. ‘데이앤나잇’ 김주하, ‘흑백요리사2’ ...
  8. 엄지원, 여행 중 사고로 뼈 산산조각.....
  9. 앳하트, 압도적 비주얼 선사…디싱 ‘Bu...
  10. 블랙핑크, 글로벌 파급력 입증…미니 3집...

전체

  1. "선박 호위 대신 안전한 항로 정보 제공...
  2. 호르무즈서 한국 선박 폭발…"선원 24명...
  3. [6·3 지선] '한동훈과 단일화 0%'...
  4. 땅엔 터미네이터, 하늘엔 드론…중국은 '...
  5. "상의 벗고 여성 재소자에게 구애"…수감...
  6. 실손보험 갈아탈까…보험료 낮추고 치료비는...
  7. '해방 작전' 첫날부터 교전…트럼프 "이...
  8. 교차로서 신호 대기 중인 차 4대 '쾅'...
  9. 전한길 "이제 선생 아냐, 정치하겠다"…...
  10. 60대 남성, 공원에서 2살 아이 묻지마...

정치

  1. 정부 "호르무즈 한국 선박 화재 진압"&...
  2. 김영삼 정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별세…향...
  3. 2차 특검, 한동훈 출국금지..."할 테...
  4. [6·3 지선] '한동훈과 단일화 0%'...
  5. '손털기' 논란 하정우 "당사자분 찾아가...
  6. "대통령이 롤모델" 초등생에...이 대통...
  7. 장동혁, '윤 어게인 논란' 정진석 공천...
  8. 청와대 "호르무즈 사고 원인 분석 수일 ...
  9. 국민의힘 부산 북갑 후보에 박민식 "한동...
  10. 민주당, 이 대통령 주문에 "특검 숙의"...

경제

  1. 결혼 이어 운동도 그들끼리…반포·잠원 초...
  2. "노사 모두 설 자리 잃는다"…삼성전자 ...
  3. 강남 상한제 단지에 '우르르'…청약 최고...
  4. 호르무즈서 한국 선박 폭발…"선원 24명...
  5. 정부 "호르무즈 해협 우리 선박 폭발·화...
  6. "어린이날 선물 뭐 줄까 했더니"…'삼전...
  7. 코스피, 장중 6900 터치…'140만닉...
  8. 실손보험 갈아탈까…보험료 낮추고 치료비는...
  9. 삼성바이오 노사 협상에도 '평행선'…"내...
  10. '5% 급등' 코스피, 또 사상 최고 경...

사회

  1. "구조 나선 남학생까지 추격했다"Y...
  2. "돈이 뭐라고"…친형 거주 건물에 불 지...
  3. '광주 여고생 살해' 묻지마 범행 정황....
  4. 광주 도심 심야 여고생 흉기 피습 사망&...
  5. "푸들 훈련 중 다리 사이 끼워 짓눌러"...
  6. 교차로서 신호 대기 중인 차 4대 '쾅'...
  7. 60대 남성, 공원에서 2살 아이 묻지마...
  8. 광주 도심 흉기 난동 피의자 "극단적 선...
  9. 후보에게 듣는다 5문 5답…오중기 더불어...
  10. 경찰 '이 대통령 범죄 연루설' 모스 탄...

가장 많이 본 뉴스

국제

  1. "암살 위협 느낀 푸틴, 지하 벙커서 생...
  2. "호르무즈 진입 미 군함, 미사일 2발 ...
  3. 트럼프 "이란이 한국 화물선 공격…한국 ...
  4. 이란 "휴전 위반으로 간주" 경고…유조선...
  5. "선박 호위 대신 안전한 항로 정보 제공...
  6. 관중석 덮친 '몬스터 트럭' 39명 사상...
  7. 미군 "미 상선 2척 호르무즈 통과…'해...
  8. 땅엔 터미네이터, 하늘엔 드론…중국은 '...
  9. 트럼프 "이란군,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10. '해방 프로젝트' 긴장 고조⋯...

문화

  1. '주스 아저씨' 배우 박동빈 별세…개업 ...
  2. 23세 우크라이나 유학생, '미스 춘향'...
  3. 배우 고 김수미 남편 별세… 아내 떠난 ...
  4. "일본 아재 응원 그만"…추성훈 저격 격...
  5. '46세' 탕웨이, 둘째 임신…"뜻밖이지...
  6. K-팝의 거인을 흔드는 무리한 잣대 '사...
  7. 문체부 장관 "한예종 광주 이전 생각해 ...
  8. 예술로 넘는 국경…서울에 들어설 '디지털...
  9. "쇼핑 넘어 체험으로"…마리오아울렛, 3...
  10. 더현대 서울서 만나는 거장의 숨결…해프닝...

연예

  1. 이효리♥이상순 마음 훔친 연프 ‘몽글상담...
  2. 양준혁 “아내가 너무 대단해” 사랑 고백...
  3. 비→이승훈, 도파민 폭발한 케이블카 워킹...
  4. 가수 십센치, 싱가포르 공연 끝낸 뒤 '...
  5. '낭만 가객' 김용필, 콘서트 패러다임 ...
  6. ‘♥김준호’ 김지민 “결혼 진작에 할 걸...
  7. 연우진-서현우-최영준, 미스터리 밀당의 ...
  8. '싱어게인3' 준우승 소수빈, 7개월 만...
  9. '나 항상 그대를' 작곡가 송시현, 프로...
  10. “한 가지만 나와도...” 뇌졸중 간단 ...

스포츠

  1. 쇼트트랙 곽윤기 "문신 절대 하지 마라…...
  2. 황인범,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월드컵...
  3. 한국 원정대, 6천 미터 히말라야 미답봉...
  4. "전지훈련서 도박장 출입" 롯데 징계 3...
  5. "화끈한 장타 대결"…'별들의 전쟁' G...
  6. 이란, 월드컵 참가할까…조만간 FIFA와...
  7. "화끈한 장타 대결"…'별들의 전쟁' G...
  8. 송민혁, 연장전 끝에 극적인 첫 GS칼텍...
  9. '어린이 세상' 된 야구장…만원 관중에 ...
  10. [오늘의 장면] 우승 반지 받고 미소 활...

생활 · 건강

  1. "먹지 말고 환불 받으세요"…삼립 '통팥...
  2. 신정환, 엑셀방송 MC 논란…"가족이 힘...
  3. 황교익, '보은 인사' 논란에도…문화관광...
  4. 환기도 소용없다…"전자담배 연기 벽지에 ...
  5. 지역 의료 붕괴 막는다…복지부 '의료질 ...
  6. "더 쾌적하고 가깝게"…2026 MBN ...
  7. "숨 쉬는 것이 즐거운 오피스"…클리어쉴...
  8. "4월인데 벌써?"…내일도 한낮 28도 ...
  9. 아일릿 원희, 글로벌 헤어 브랜드 '피노...
  10. [진료는 의사에게] 소화력 저하,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