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X임시완, 감동과 재미로 꽉 채운 ‘1947 보스톤’…불편 요소 된 ‘음주운전’ 배성우[M+Moview]
기사입력 2023-09-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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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리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영웅 ‘서윤복’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도전 과정, 해방 직후 모든 것이 어렵고 혼란스러웠던 시기,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 험난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우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를 비롯해 박효주, 오희준, 최규환, 서정연, 정영주 등과 특별출연한 박은빈이 함께해 반가움을 더하면서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활약을 펼쳤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자 故 함기용 선수, 한국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세웠던 건은주 선수의 자문을 받아 더욱 리얼리티를 살렸다. 더불어 ‘범죄도시’ 제작사와 충무로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높은 프로덕션 완성도를 자랑한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임시완 사진=MK스포츠 제공
더불어 폰트들의 사용도 눈길을 끈다. 옛스러움이 묻어난 레트로 폰트가 그 시대적 느낌을 살려준다. 다만 어떻게 보면 레트로한 느낌이 근래에 유행하는 만큼 완벽히 그 시대적인 느낌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 다소 유치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따스한 색감, 옐로우톤이 묻어 있어 정겨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 경쾌한 재즈 음악이 깔리면서 영화 ‘스윙키즈’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스윙 재즈의 느낌이 살아 있어 오히려 그 시대적 느낌이 살아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다소 밝은 느낌, 신나는 느낌으로 희망찬 매력을 선사한다.
마라톤은 외국어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는 ‘마라손’이라고 불렀고, 이를 반영해 시대적 상황을 느끼게 해준다. 마라손 같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외형 역시 그 시대적 상황이 제대로 묻어난다. 다소 내추럴하면서도 수수한 의상들이 편안한 듯 따스하고 정감있는 느낌이 든다.
뛰어야 하는 마라토너들임에도 낡은 신발,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 일제 강점기를 넘어 미 군정이라는 또 다른 벽, 금전적인 어려움 등 시대적 배경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본다면 더욱 리얼리티한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시대적 상황이 주는 안타까움 등은 마지막 엔딩을 향해 갈 때 더욱 극적인 효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1947 보스톤’은 다소 무거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면 이런 편견은 깨진다. 경쾌하면서도 평화롭다. 위기 상황들이 발생하지만, 고구마를 먹듯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은 잠깐이다. 극 자체가 희망과 용기가 주를 이루는 만큼, 그 위기들마저 사이다를 마신 듯 짧은 시간 내에 타파된다는 통쾌함이 있다. 아울러 그 시대였기에 나올 수 있는 유머들과 상황적 요소들이 웃음을 선사해 금세 감동과 웃음으로 가득찬다.
이런 부분에 있어 하정우와 임시완의 활약 역시 컸다. 임시완은 체지방 6%를 달성했다 할 정도로 외형적인 부분도 충분히 완성했다. ‘정말 고생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고 또 뛰며 그 속에서 서윤복의 다양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 응원하고 싶게끔의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상황들, 위기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모습은 진심으로 응원을 던지게 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준다.
하정우는 묵직하게 무게를 잡으면서도, 특유의 유머로 순식간에 폭소케 한다. 훅치고 들어오는 재치와 자연스러운 소화력이 ‘1947 보스톤’에서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또한 일상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만큼 상대방과 주고 받는 빠른 티키타카는 자연스럽고 더욱 일상적인 느낌으로 자리잡는다. 무엇보다 임시완과는 색다른 케미를 선사하며, 기존의 ‘하정우스러움’이 다소 줄어들며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경기의 결과를 알지만, 임시완과 하정우가 보여주는 보스톤 경기의 장면은 이 영화에 있어 눈을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마라톤이라 단조로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긴장감 있으면서도 스피디하고, 극적인 상황들이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뛰는 서윤복이라는 캐릭터에게서는 희망까지 느껴지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이 든다. 또한 ‘1947 보스톤’의 회심의 엔딩은 뭉클한 감동과 정말 사실적 놀라움을 준다.
배성우 음주운전 논란 사진=MK스포츠 제공
다만 일부는 현실적으로 생각을 할 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의 전환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채보상운동, IMF 금모으기 운동 등을 겪어온 역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신파적인 요소보다는 어쩌면 현실적이라는 생각으로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생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보스톤 마라톤은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이기에 ‘국뽕’적인 면에서는 부인할 여지가 없을 수 있지만, 신파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느낌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논란의 배성우를 지울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하정우, 임시완 만큼 배성우의 역할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배성우는 하정우와 일상적인 티키타카 케미를 선사, 겨땀마저 연기하며 온 몸을 다해 임시완과 달리고 또 달렸다. 더불어 하정우가 ‘차가움’을 표현한다면, 배성우는 ‘따뜻함’을 연기했다. 또한 한국적이면서도, 일상적이고, 정말 ‘사람이 참 좋다’라는 느낌을 주는 선함까지 잘 표현해 삼각 케미도 균형있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배성우의 책임감에 그만큼 화가 나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적지 않은 분량, 서윤복을 위해, 조국을 위해, 노장 투혼까지 발휘를 하고, 실존 인물로서 조국을 빛내고,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게 앞장 선 인물을 연기했음에도 음주운전이라는 논란으로 ‘1947 보스톤’의 얼룩이 된 셈이다.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잘 만들어진 ‘1947 보스톤’은 ‘음주운전 배성우의 출연’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만큼 주연 배성우의 행동이 아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장면 한 장면 고생이 느껴지지만, 배성우는 가벼운 책임감으로 이를 덮어 버려 결국 영화를 볼 때 불편함이 되고 말았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