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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가족의 비밀’ 유리경, 이렇게 ‘대찬’ 신인이라니

기사입력 2015-05-14 14: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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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배우 유리경입니다. 최근 종영한 tvN 일일드라마 ‘가족의 비밀’에서 차유리로 인사드렸는데요, 사실 ‘가족의 비밀’이 제 데뷔작이랍니다. 이렇게 귀한 데뷔작을 만나게 돼 영광이에요. 103부작이라 힘들지 않았냐고요? 미니시리즈였다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저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저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전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언제 이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을 해보겠어요.(웃음) ‘가족의 비밀’은 제겐 정말 영광인 작품이에요.



◇ ‘가족의 비밀’의 선배님들, 정말 달랐죠

‘가족의 비밀’에 정말 많은 선배님들이 나오셨어요. 신은경, 이일화, 차화연, 김승수 선배님 등 정말 ‘기라성’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것 같아요. 확실히 선배님들은 다르시더라고요. 주인공 한정연을 맡은 신은경 선배님과 붙는 신이 좀 있었어요. 선배님께서 제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그 때마다 이끌어주셨죠. 자신의 연기를 하면서 그 분위기를 만드시고 계시더라고요. 연륜은 정말 다르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어요.

정말 갭이 많이 나는 선배님들과 하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어요. 그게 제일 큰 고민이었는데 제작진에도, 소속사에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죠. 제 머릿속에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어요. ‘폐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그 벽을 깨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그 방법이 연습밖에는 없더라고요.

사실은 주변에서 첫 촬영 전에 선배님들과 하다 보니 ‘떨리지 않겠냐, 청심환 같은 거 먹고 해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스스로 저를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의존을 하다보면 계속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제가 ‘깡’이 있는 편이라서 부딪히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웃음) 그게 지나고 나니 오히려 좀 편해졌어요.



엄마로 나오신 이일화 선생님께서는 정말 온화하시고 천사 같은 분이세요. 특히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정말 엄마처럼요. 그래서 정말 힘이 많이 났어요. 아직도 많이 감사하죠. 이번 어버이날 때 선생님께 카네이션 사진을 보내드리기도 했는걸요. 그런데 이일화 선생님께서는 또 직접 드리지도 못하고 사진으로 대신한 것인데도 그걸 보고 감동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참 감사할 뿐이죠. 드라마 속의 그 악녀와는 차원이 다른 분이에요.(웃음) 평소에는 늘 웃고 계시는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돌변하세요. 그게 참 멋있었어요. 그런 걸 보고 저도 배우기도 했어요. 정말 ‘가족의 비밀’은 제게는 학교 같은 작품이었어요. 연기 공부는 물론이고 드라마 전반 애티튜드까지 전부 다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맡은 차유리라는 역은 초반에는 발랄하고 철없고 얄미운 친구지만 가면 갈수록 엄마의 악행을 막으려고 나서는 등 성숙해가는 인물이에요. 캐릭터 자체가 변화가 많아요. 시간이 가면서 변하는 캐릭터니 힘들지 않겠냐는 걱정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저는 더욱 좋았어요. 캐릭터 차유리가 성숙해가면서 연기자 유리경도 같이 성숙해져갔거든요. 초반 그 철없는 차유리는 이전의 유리경이었다면, 나중에 성숙해진 차유리는 지금의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함께 커간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이 참 묘했어요.


◇ ‘가족의 비밀’ 통해 팬도 생겼어요

‘가족의 비밀’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냐고요? 아, 생각났어요. 초반에 차유리가 얄밉게 나올 때에는 어떻게 하면 얄밉게 나올까 라는 부분에만 온통 신경을 썼어요. 예뻐 보이려는 생각을 하나도 안 했어요.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미워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만 했거든요. 그래서 그 때 화면의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못난이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해주시기도 했어요.(웃음) 그제야 ‘아, 나 여배우지’ 싶더라고요.(웃음) 조금만 미적인 부분도 신경을 쓸 걸 후회를 살짝 했어요.

가장 많이 생각나는 장면은 차유리가 자살소동을 벌이는 장면이에요. 그 날 정말 추운 밤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어떤 옷을 입을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당시에 저는 춥고, 배고프고 이런 부분들을 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터여서 감독님께 ‘추운 것은 상관하지 마시고 차유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이면 뭐든지 입겠다’고 패기 있게 말씀드렸죠. 그래서 시스루 상의를 입었어요. 그랬는데 정말 너무 추워서 감정이 잘 안 잡히는 거예요.(웃음) 가끔 비하인드 영상 같은 걸 보면 연예인들이 ‘컷’ 소리가 나면 바로 패딩을 입잖아요. 그 추운 날의 경험을 통해 그게 왜 ‘필요한지’를 알았어요. 배우의 몸 상태가 감정에 직결이 된다는 걸 배운 거죠.

드라마 끝나고는 뭐하고 있냐고요? 그 촬영을 하고 마지막 촬영을 할 쯤 신은경 선배님께서 제게 ‘너 안 아프냐. 이 정도면 몸살이 걸리고도 남는다’고 저를 걱정해주셨어요. 그런데 정말 멀쩡해서 ‘선배님 저 아무렇지 않아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웬걸, 촬영 끝나자마자 몸살과 위염이 같이 왔어요. 긴장이 풀려서 한꺼번에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한 주는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원래는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겸 해서 바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말예요. 아프기도 했고, 스케줄 문제 때문에 아쉽게 아직 제주도는 못 갔어요. 하지만 조만간 교외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려고요.



제가 극중 엄마의 악행을 막으려다 차량 사고를 당해 죽어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 촬영까지 함께 못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혼으로 다시 등장했어요. 제가 죽는 장면의 대본을 보고 ‘아, 내가 죽는구나. 그래도 엄마의 악행을 막으려고 희생을 하는 거니 의미 있다’고 아쉬움을 달랬죠. 그 촬영을 하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고, 회사 식구들도 마음을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대본에 제가 영혼으로 나오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정말 급하게 소속사 식구들과 콘셉트 회의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라도 마지막 촬영을 하게 돼 작가님께 감사할 뿐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부터 제 SNS에 ‘언니 잘 보고 있어요’ ‘언니 이번 회에 죽어요? 안돼요’ 같은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걸 보면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식당에서도 저를 유심히 보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아직은 관심을 받는 게 엄청 익숙하지는 않아서 그저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웃음)


◇ 오디션에서 화장 다 지워본 경험, 아무나 하진 못할걸요

오디션 날이 너무나 생생해요. 그 날 사실 바로 전에 다른 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난 후였어요. 그 오디션을 그렇게 잘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기운도 빠지고 ‘될 대로 돼’라는 마음으로 ‘가족의 비밀’ 오디션장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분위기라는 건 처음 들어갔을 때 그 감독관 자리에 앉아계시는 분들의 눈빛을 보면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나거든요. 다행히 ‘가족의 비밀’ 제작진 분들은 저를 유심히 봐주시는 거예요. 그 눈빛을 보니 갑자기 힘이 났어요. 그래서 파이팅 넘치게 했죠.

준비는 은별(효영 분) 대본으로 했는데 내심 차유리 역할이 탐이 나던 중이였어요. 그랬는데 즉석에서 제게 차유리 대본을 주시면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제 의상 같은 것도 차유리의 느낌이 좀 났는데, 그런 것 때문에 제게서 차유리의 색깔을 좀 보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 때다 싶어서 정말 정신없이 했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민낯을 보고 싶다. 왜 이렇게 풀메이크업으로 하고 왔냐’고 딱 한 마디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폼클렌져 이런 게 갑자기 어디 있겠어요.(웃음) 그냥 화장실에 있는 세제 막 짜서 얼굴을 박박 문질러서 화장을 다 지워버렸어요. 그리고 오디션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모두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렇게 들어가서는 차유리 역을 꼭 하고 싶다고 엄청나게 어필을 했죠.(웃음) 그런 당돌함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성격이 참 ‘대차다’고요? 평소 성격은 그렇게 안 대차요.(웃음) 조용하기도 하고 그냥 발랄하기도 하고. 그런데 일에 있어서만큼은 딱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대찬 기질’이나 ‘깡’은 일을 할 때 발동이 걸리는 것 같고요. 저 ‘다중이’인가 봐요.(웃음) 감독님께서 합격 전화를 제게 직접 주셨던 것도 기억나요. 그 때가 추석 연휴였어요. 갑자기 전화를 주셔서 황급히 받았더니 ‘명절 잘 보냈냐?’고 뜬금없이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유리 한 번 해봐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정말 놀랐죠. 그랬는데 그 때에도 그런 ‘대찬 기질’이 발동을 했는지 저도 모르게 ‘저 정말 잘할 자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필모그래피도 없는 신인을 선택해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를 뽑으신 걸 후회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촬영에 온통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아, 얼마 전에 운 좋게 시구도 했어요. 넌지시 이야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설마’라는 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들었어요. 그러다 그 시구하기 전날 갑자기 제게 ‘너 시구 내일 할 거야’라고 회사에서 이야기를 해준거예요. 하필 그날 그동안 못 먹었던 고기를 작정하고 왕창 먹은 날이었는데!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안 돼요! 저 지금 엄청 먹었단 말이예요!’라고 대답했어요.(웃음)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돼서 일단 소화를 시키는 게 급선무라 열심히 뛰고 그랬죠. 마운드 위에 올라가기 전에는 엄청 떨렸는데 제가 또 그 ‘대찬 기질’이 나왔는지 막상 올라가니까 하나도 안 떨리더라고요. 그냥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하고 돌아왔는데 끝나고 나니 다시 떨려서 ‘나 잘 했어?’라면서.(웃음) 참 진귀한 경험을 했어요.


◇ 잔향이 남는 배우, 오래 연기하는 배우

저는 소속사를 찾기까지가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 전에도 웹드라마 ‘연애세포’나 CF로 연기를 접했어요. 그리고 한참 혼자서 활동을 했는데 역시 혼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죠. 그러다 열정이 넘치는 회사 식구들을 만나게 됐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제 기준이 ‘나의 노는 꼴을 보지 못하는 회사를 들어가자’였는데, 정말 그래요.(웃음)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죠, 이제.

처음부터 연기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집안에서 연기를 무척이나 반대했었거든요. 학창 시절에도 길거리 캐스팅을 받곤 했는데 ‘저 이 회사 가보겠다’고 아버지께 내밀면 아버지께서는 절대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정말 완강하셨죠. ‘너무나 힘든 길’이라고 생각하셨던 거다. 저도 당시에는 배우는 정말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했기도 했고요. 그렇게 연기의 꿈을 접고 미술학도의 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마음 속에는 여전히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사진제공=네임벨류스타즈







그러다 스무 살 때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뮤지컬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눈물이 왈칵 나는 거예요. 정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순간이었어요. 그 때야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아버지께는 한참 뒤에야 말씀을 드릴 수 있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출연한 광고를 보고 아버지가 알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뒤늦게.(웃음) 지금은 당연히 엄청난 응원군이 돼 주시죠.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부모님께서도 ‘얘가 근성은 있구나. 하려는 의지가 깊구나’ 이런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요? 음, 저는 롤모델이 정유미 선배님이에요. 정말 자연스럽고 은은한 색깔의 배우시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잔향이 남는 배우. 오랫동안 일단 연기를 하고 싶고요. 누누이 강조했지만 주인공을 하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어요. 연기하는 게 너무나 좋을 뿐이에요. ‘가족의 비밀’을 하면서 더욱 느꼈던 것은 ‘제가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이었죠. 나왔다 사라지는 배우가 아니라 그 배우의 연기가 보고 싶고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궁금해지는 배우’. 이게 정말 딱 맞는 것 같아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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