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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루저’의 반란①] ‘루저’, 트렌드가 되다

기사입력 2015-06-02 13:04:23 | 최종수정 2015-06-02 13: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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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유지혜 기자] ‘루저’라는 단어가 이제는 트렌드로 자리 잡아 여러 장르의 대중문화 작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루저’(Looser)는 단어 그대로 ‘패배자’를 뜻한다. 경쟁에서 패배한 자, 여기서 파생돼 경멸적인 어조를 담은 ‘실패자’라는 뜻까지 지니게 됐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를 우리나라의 ‘찌질이’라는 비속어와 비슷한 어감으로 쓰인다. 하지만 자주 쓰이는 비속어들이 그 의미가 중화되고 친근감을 표현하기도 하는 것에 비해 ‘루저’는 상황에 따라 매우 직설적인 욕설이 될 수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최대한 쓰지 않는 게 좋은 비속어 중 하나다.

이런 ‘루저’라는 단어가 최근 대중문화계의 떠오르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룹 빅뱅의 신곡 ‘루저’다. 제목 자체도 ‘루저’인 빅뱅의 노래는 지난 24일 SBS ‘인기가요’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음악 순위 프로그램 10관왕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루저’는 빅뱅이 활동하는 한 달 동안 내내 각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10위권을 유지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는 ‘루저’의 감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방송인 유병재가 간만에 작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가 극본과 주인공을 맡았다. 극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부터가 25년 동안 ‘동정’을 지켜온 이들로, 돈 없고, 딱히 하나 잘난 것 없는 ‘루저’들이다. 이런 ‘루저’들이 세상을 구하는 능력자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과 B급 유머로 색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도 비슷하다. ‘호구’라는 단어와 ‘루저’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런 ‘호구’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극중 주인공 강호구(최우식 분)는 키도 작고, 얼굴도 평범하게 생긴 웹툰 작가 지망생이다.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tvN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그랬다. 학력은 고졸에 해외 연수도 다녀오지 못한 장그래는 다른 의미에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청년”이 됐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루저’가 좋은 소재가 된다. KBS2 ‘개그콘서트’의 최근 코너 중 ‘나미와 붕붕’ 속 오나미는 조금은 독특한 외모로 ‘자기비하’를 하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3월까지 방송됐던 코너 ‘187’은 유상무, 장도연 등 장신 개그맨들이 평균 165cm로 분하고, 키가 작은 양세형이 키 187cm로 변신해 반전 개그를 전한다.

이처럼 많은 작품들이 ‘루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영어권 문화와 달리, 우리나라의 ‘루저’라는 단어는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저’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KBS2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여대생이 “키 170cm 이하 남자들은 루저”라고 말한 사건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작진에 대한 징계’를 받고 사과문을 낼 만큼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외모나 키 등을 지적하는 외모 비하적인 단어로 인식됐다. 하지만 ‘삼포세대’ ‘88만원 세대’ 등 현실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루저’가 많이 쓰이면서, 지금은 ‘잉여’ ‘이태백’ ‘니트족’(일을 하지도,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등과 비슷한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제공=CJ E&M



많은 작품들은 주인공이 스스로를 ‘루저’라고 칭하며 시청자들 혹은 청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노래 ‘루저’의 경우 가사 속 화자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인 노래 속의 주인공은 자신을 “그저 길들여진 대로 각본 속에 놀아나는 슬픈 삐에로”라고 고백한다. 현실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청춘들의 모습이라고도 해석되는 이 노래는 역시 20대인 빅뱅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한 노래기도 하다. 월드스타인 빅뱅에게도 똑같은 아픔과 고민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이를 듣는 20대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게 됐다.

‘초인시대’나 ‘호구의 사랑’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비록 루저라고 불리지만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호구의 사랑’ 속 강호구는 누구보다 평범했던 한 남자가 그 ‘호구스러움’으로 벼랑 끝에 있던 여주인공을 감싸 앉고 스스로의 사랑도 이뤄낸다. ‘초인시대’ 속의 병재(유병재 분)나 창환(김창환 분), 이경(이이경 분)은 쓸 데 없어 보이는 초능력을 지녔지만 결국 이로 하여금 세상을 구해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루저’가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만큼 지지를 받고 있는 현상은 다시 말하면 그만큼 자신의 위치를 ‘루저’라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인 하층민 신분에서 벗어나기 힘든 청년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의미인 ‘띠아오스’(屌丝)라는 중국어가 중국에서 최근 많이 쓰이게 된 현상도 지금의 ‘루저’ 열풍과 비슷한 이치다. 이렇듯 경쟁 사회 속에서 허무함, 불안함으로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대중문화 작품 속의 ‘루저’의 모습을 보고 함께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가치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관련 기사> [M+기획…‘루저’의 반란②] ‘루저의 난’ 그 후…달라진 ‘루저’의 위상"

<관련 기사> [M+기획…‘루저’의 반란③] ‘루저’들이여, 우리는 모두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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