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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막전막후] 무대에 시를 입히다…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기사입력 2016-03-26 0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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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금빛나 기자] 윤동주의 시가 노래가 됐고, 그의 삶은 무대가 됐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린 뮤지컬 ‘달을 쏘다’는 눈으로 보고 음악으로 즐기는 한편의 시와 같았다.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이하 ‘달을 쏘다’)는 예술단의 또 다른 작품인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985’ ‘신과 함께-저승편’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서울예술단 가무극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격정적인 안무의 비중은 줄어든 대신, 대신 일제시대 시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진한 감성과 한편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가사가 무대를 채운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비극 자유와 독립을 꿈꿨던 순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윤동주, 달을 쏘다’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1막은 송몽규(김도빈 분), 강처중(조풍래 분)과 함께 지냈던 윤동주(박영수 분)의 연희전문 문학과 시절을 다룬다면 2막은 윤동주가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부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까지를 다룬다.


‘달을 쏘다’는 망국의 지식인으로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인간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 그리고 사랑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극적인 사건이 없는 조용하고 차분했던 윤동주의 삶을 극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허구로 드라마틱한 사건을 엮는 것이 억지스러운 것 같아 초고 이후엔 완전히 배제해 버렸다”는 한아름 작가의 말처럼 ‘달을 쏘다’에서 윤동주는 본인 그 자체로 극적인 사건을 일으키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작품은 글쓰기를 좋아하던 얌전한 윤동주가 너무나도 비극적이었던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극에 가미된 조미료는 윤동주의 사랑으로 표현된 가상의 인물 이선화(하선진, 송문선 분) 뿐. ‘달을 쏘다’는 최대한의 ‘드라마틱’을 거둬내고, 윤동주 내면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먹먹함을 더해준다. 담담하기에 더 슬프고, 아름답기에 더 처절한 윤동주의 시를 오롯히 무대 위에 풀어낸 것이다.

‘달을 쏘다’ 재연무대에서 사실에 근거해 일반적이고 친숙한 무대 구성을 보여주었던 권호성 연출가는 삼연으로 오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초연에서 보여준 시적 판타지를 소환하려고 했다”는 권 연출가에 말처럼 ‘달을 쏘다’는 무대 위 윤동주가 읊어주는 시에 집중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 지금 교회당 꼭대기 / 십자가에 걸려있습니다’고 시작되는 ‘십자가’는 윤동주가 노을이 지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하듯 시를 짓듯 읊어 내리면서 깊은 여운을 남겼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 사람이 되지’라는 ‘아우의 인상화’는 당시 윤동주의 고민을 눈앞에서 듣는 것만 같다.

윤동주의 대표 시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 ‘서시’가 나오는 순간 객석에서는 감탄 섞인 한숨이 터져 나온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를 연기하는 박영수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서시’를 낭독하고, 이를 듣는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슴이 미어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형무소에서 써내려간 윤동주의 참회록은 그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며, 감옥 안에서 고통 속에서 말하는 ‘별 헤는 밤’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시로 이뤄진 대사 뿐 아니라, 가사 또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극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넘버 ‘달을 쏘다’는 윤동주 수필 ‘달을 쏘다’를 노래로, 가사로 풀어냈다. “날 바라보는 저 달이 미워져 내 부끄러움을 비추는 달이 미워 저 달을 원망하며 돌을 찾아 저 달을 향해 던진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달빛을 보니. 우습구나. 쪼개지는 그림잘 보니”라는 윤동주의 절규는 공연장을 숙연하게 만든다. 윤동주의 감정에 완전히 이입된 관객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 바쁘다.

한편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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