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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장미’ 정상훈의 웃기는 법 [M+안윤지의 PICK터뷰]

기사입력 2018-10-22 12:33:02 | 최종수정 2019-02-19 22: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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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 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코미디의 대가’라 불리는 배우 정상훈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돌아왔다. 정상훈은 그간 다른 이와 많이 다른, 치밀하고 촘촘한 코미디로 웃음의 품격을 높였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품격있는 웃음을 해냈다.


◇ 정상훈의 심선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배반의 장미’는 자신의 인생이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만나 한날한시에 함께 가기로 결심한다. 닉네임 ‘최후의 불꽃’ 병남(김인권 분), ‘인생은 미완성’ 심선(정상훈 분), ‘행복은 성적순’ 두석(김성철 분)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배반의 장미’ 미지(손담비 분)가 도착하며 벌어진 하루를 그린다.

극 중 정상훈이 분한 심선은 슬럼프를 겪고 있는 작가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빛났다. 독특한 억양과 튀는 단어선택 그리고 오묘한 눈빛까지. 그 누구도 대체하지 못 할 심선을 만들어냈다.

“설득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이건 코미디 장르인데 (내 캐릭터로) 설득을 빨리할까, 천천히 할까’라고 계속 생각했다. 먼저 분명히 캐릭터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목소리 톤은 좀 더 아는 척을 하는 사람처럼 했다. 블랙 코미디 캐릭터, 단수한 조합에서 오는 충돌이 있을 것이고 그 충돌 안에서 코미디를 얻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상훈이 말했듯, 영화 내에서 그의 목소리를 크게 작용했다. 다른 배우들은 목소리가 자연스러웠던 것에 반해 정상훈은 마치 연극 무대에 선 듯한, 분명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구사했다.

“대본 리딩을 했는데 굉장히 심심했다. (김)인권 씨는 로우톤이라 같이 붙으면 (내) 캐릭터가 안 살 것 같았다. 그렇다고 (김)성철이가 미디움에서 하이 톤이라 이와 비슷하게 가면 안됐다. 그래서 정말 연극톤으로 포장하고 기교를 부렸다. 눈빛도 신경썼다. 남자들의 어리석은 욕망, 사랑으로 시작된 장난스러운 욕망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다르게 표현했다.”


◇ PICK-SCENE ‘배반의 장미’

언론시사회 부터 각 배우들의 인터뷰까지 ‘배반의 장미’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정상훈의 애드리브였다. 그들은 입을 모아 “정상훈의 애드리브가 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상훈은 코미디 면에서 일당백이었다. 가장 당혹스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던 부분은 정상훈의 노출씬이었다. 노출씬은 시도때도 없이 등장했다. 씻고 나올 때, 이야기를 할 때, 다른 배우들과 장난을 할 때도.

“벗는 게 창피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노출씬이 극 안에서 편집이란 게 들어가기 때문에 설득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때 앞에를 닦는 등 결벽증이 있는 걸로 묘사했다. 편집이 안 됐다면 녹아났을 텐데..”

또한, 그는 김인권의 장난에 깜빡 속아 옷을 벗은 적도 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현장에서 “정상훈 씨, 옷 벗고 갈게요”해서 감독인 줄 알고 옷 벗고 촬영했더니 정작 감독은 정상훈에게 “재미는 있는데 왜 옷을 벗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정상훈은 귀신에 홀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김인권의 장난이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상훈은 자신이 한 애드리브가 생존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배반의 장미’ 대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분량이 너무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분석해 그 틈에 넣어 볼 대사를 철저하게 준비해갔고, 이는 현장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살아갈 길을 찾아간 것이다. 현장가서 한 애드리브는 모두 내가 준비해간 것들이었다. 이런 것들이 씬 화가 된 것도 있다. 그래서 언론시사회 때 많이 떨었다. 코미디는 설득이다. 설득이 되지 않으면 그저 정극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웃어줘서 감사하다. (황)정민이 형도 영화를 보는데 웃기다며 ‘엄지 척’하더라.”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최근 영화 ‘배반의 장미’에 출연한 정상훈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 정상훈의 인생 PICK

정상훈 인생에서 한 가지를 고르자면 단연 tvN 예능 프로그램 ‘SNL’이다. 그가 ‘SNL’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신동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때 코미디 뮤지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KBS2 ‘개그콘서트’ 혹은 SBS ‘웃.찾.사’를 보지 10만 원대 코미디 뮤지컬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뮤지컬은 하향곡선을 탔고 되게 힘들었다. 때마침 (신)동엽이 형이 전화 해 주업이 왔다 갔다 하니까 4~5년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너무 고마워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근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산초 역에 합격한 것이다. 감독님께 ‘SNL’의 다음 시즌을 부탁했지만 이미 (감독의 마음은) 떠났다.”

긴 우여곡절을 설명하던 그. 결국엔 감독에게 딱 한 번만 공연을 보러 와 달라고 부탁했고, 공연을 본 감독은 바로 ‘SNL 시즌5’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정상훈은 일 년 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양꼬치 앤 칭따오’가 터졌다고 전했다.

“동엽이 형이 그 말을 하더라. ‘내가 맛집을 아는데, 이건 내 맛집이라고 다른 사람들을 다 데려갔다. 그래서 어떻게 평가할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집이다’라고 해주는데 정말로 내가 맛집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SNL’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정상훈을 개그맨으로 아는 사람은 꽤 된다. 그럼에도 정상훈은 개의치 않다. 그는 “배우로,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배우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날 개그맨으로 알아도 상관없다. 난 코미디를 가장 잘하니까”라고 했다. 이러한 자신감이 정상훈의 웃기는 법이었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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