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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다가 조바심 낸 ‘진범’ [M+Moview]

기사입력 2019-07-09 15:18:43 | 최종수정 2019-07-09 17: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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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범을 찾기 위해 구석구석을 쑤시는 ‘진범’은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가던 도중 갈림길에 선 듯 조바심을 낸 인상은 그래서 더 아쉽다.

영화 ‘진범’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 분)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 분)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함께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공조를 그린 추적 스릴러로, 러닝타임 30분의 ‘독개구리’(2011)를 연출한 고정욱 감독 입봉작이다.

‘진범’ 속 영훈의 목표는 오로지 단 하나, 아내를 죽인 진범을 찾는 거다. 수사를 맡은 형사는 영훈 친구 준성(오민석 분)과 아내가 불륜 관계였고 그 과정에서 준성이 아내를 해쳤다고 말한다. 이런 내연 관계는 어차피 다 뻔하다며 그럴싸한 증거까지 들이민다. 하지만 영훈은 직감적으로 혹은 그럴 리 없다는 믿음으로 형사의 말을 믿지 않고 다연과 함께 살인사건을 재구성한다.

아내가 살해당한 끔찍한 현장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원상태로 만드는 영훈의 얼굴에선 삶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던 중 돌연 그의 얼굴에 살아있는 사람의 표정이 비친다. 진범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순간이다. 영훈은 그렇게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여기에 다연이 가세한다. 다연이 영훈을 돕는 의도는 그다지 순수하지 않다. 살인 누명을 쓴 자신의 남편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훈과 공조하지만 둘 사이 묘한 긴장감이 살인사건과 별개의 균열을 만든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영훈은 불도저처럼 묵직하지만 한편으론 예리하게 달린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동시에 잃은 지금,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을 줄 알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더한 비극과 고통이 몰려온다. 비단 영훈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가 느끼는 심리는 우리가 일상에서도 종종 마주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와 믿음, 진실을 마주하는 태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싶은 알량함 같은 것들 말이다.

‘진범’은 제 할당량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쫀쫀한 긴장감을 몰고 온다. 의문의 남자 상민(장혁진 분)과 다연을 사이에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영훈의 모습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냄과 동시에 장르적 장치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제 할당량에 지나친 부담을 느낀 탓일까. 갑자기 조바심을 내더니만 앞으로 폭삭 고꾸라진다. 정점에서 느끼고 싶었던 희열이 휘발돼 보는 이의 맥이 빠진다. 혹여나 주어진 시간 내 결말에 다다르지 못할까 하는 우려 때문에 설명이 지나치게 많아진 탓이다. 대사로 줄줄 늘어놓는 스토리도 맥이 빠지는 마당에 친절을 베풀어 반전이 포함된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세세히 펼쳐놓는다. 영화가 관객보다 앞서가 모든 걸 알려주니 보는 이는 어느새 흥미를 잃고 만다.

이 와중에도 유선의 분투는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사하는 유선은 역시나 인상적이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울부짖는 유선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해진다. 오는 10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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