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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틀을 벗어난 惡 #컵라면 #동묘 #벌크업 [M+인터뷰①]

기사입력 2020-04-22 11:11:01 | 최종수정 2020-04-22 16: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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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이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입체적인 악을 완벽히 표현했다. 약육강식 세계 속 약자에서 강자로 변화하는 과정과 함께 내면이 악으로 물들어가는 치밀한 감정선까지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박훈은 백상호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무게감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 아픔 속 구원이라는 이름 아래 괴물로 변해버린 백상호, 이런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박훈은 캐릭터 연구와 도전에 대한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백상호는 전형적인 악역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 때로는 코믹스럽기도, 때로는 섬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훈은 마냥 악하지 않고 그 속의 선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입체적인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는 속내를 고백했다.

“전형적인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 공식 홈페이지나 시놉시스 등을 보면 캐릭터 설명에 악역이라고 이미 쓰여 있었다. 정체성이 드러난 상태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전형적으로 악역이라 표현하기에는 재미가 없으니까 입체적으로 표현을 해보자고 결정했다. 마침 확장 시킬 수 있는 장치도 있었다. 치밀한 대본 덕이 크다. 또 감독님과 회의하며 많이 공감해주셔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악역은 왜 코미디를 하면 안 되나 싶고, 전형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밝은 장면은 밝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있는 장면에서는 그래서 밝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장면들 덕에 백상호라는 캐릭터가 나중에 더 악할 수 있었다. 입체적인 느낌과 중의적인 표현을 하려고 했다. 악역과 선한 역의 입장에서 해당하는 표현 방식을 찾으려고 했다.”

캐릭터의 확장이 가능했던 비결로 치밀한 대본을 꼽았을 만큼, 박훈은 촬영 전부터 후반부의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백상호가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촬영 전부터 후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것도 간단하게 감독님을 통해 들었다. 거의 사전 제작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도 있는 퀄리티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치밀함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백상호가 맹수가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 장면은 백상호라는 인물에 대해 표현하면서, 그 사람 다운 장면이었다. 아이들한테 다가갈 때, 마치 맹수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동물을 잡을 때 같다. 맹수들도 큰 동물을 노리는 게 아니라, 새끼나 아픈 약한 동물을 노린다. 정확한 찬스가 오기 전까지 공격성도 보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간다. 그게 백상호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하다.”

‘아무도 모른다’의 치밀함은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만큼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백상호는 자신의 바운더리(경계) 안에 있는 인물들을 휴대폰에 저장할 때는 성을 붙이지 않지만, 그 외라고 느끼면 성까지 모두 붙여놓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박훈 역시 인지하고 있었고, 그만의 방식으로 그런 미묘한 요소들을 완벽히 해석해냈다.

“치밀한 대본이라고 한 부분이 그런 점이다. 밀레니엄 호텔에 나오는 역할들의 대사나, 캐릭터의 관계가 굉장히 묘했다. 가족을 표방하는 거 같지만, 굉장히 다른 의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만큼 의문이 있는 관계였다. 밀레니엄 호텔쪽 배우분들과는 미리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와 리허설을 진행하고, 우리가 만든 내용을 감독님께 보여드리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되면 함께 해보자 했는데 다들 흔쾌히 응해줬다. 관계성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 디테일을 많이 찾았고, 그런 부분을 확장해서 관계성을 보여주면서 백상호라는 캐릭터가 더 살아난 것 같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아무도 모른다’ 백상호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라면과 레드 와인을 먹는다거나 믹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등 겉은 화려하지만, 취향은 사실 그렇지 않은 백상호의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부분도 이중적 면모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겉은 화려한 것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사실 알맹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면과 관련해 백상호 캐릭터의 스타일링도 일반 이사장, 호텔 소유자로서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스타일리스트와 얘기해 특이하고, 일반화와 동떨어진 스타일링을 시도했다. 직접 동묘에 가 정식에서 벗어난 스타일도 찾았다. 이를 듣고 백상호의 착장을 보면 정식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 거다. 다 갖춰 입고 타이를 안 매는 점 같은 부분 말이다. 이와 함께 컵라면, 커피 같은 것들을 통해서도 백상호라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인 느낌으로 보이도록 굉장히 힘썼다. 그래서인지 팬들도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더라.”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캐릭터의 일부로 만든 박훈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맹수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벌크업까지 준비했고, 동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고 그것을 잘 표현해주도록 도와준 스태프들을 향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맹수 같은 느낌을 주려면 덩치도 큰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전작에 비해 몸을 불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벌크업을 했다. 또 맹수들이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많이 움직이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을 보면 굉장히 동적인 연기가 많다. 사실 그게 찍기 힘들다. 이 백상호 캐릭터가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내가 완성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연기적 도전을 지지해줬고, 오히려 ‘더 편하게 해라. 우리가 담아내겠다’라고 해줬다. 이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촬영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서 스태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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