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기획…캐스팅 전쟁③] 드라마의 숨은 주역, 캐스팅디렉터의 하루
기사입력 2015-01-05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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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유지혜 기자] 캐스팅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 전쟁의 선봉장에 선 캐스팅디렉터 또한 숨 가쁜 하루를 산다.
캐스팅디렉터는 한 작품의 캐스팅을 도맡아 주연부터 단역까지 배우들을 기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캐스팅디렉터는 이런 명칭이 생긴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드라마를 만들 때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직업이 됐다. 현재는 약 10여 군데의 캐스팅디렉터 전문 엔터테인먼트가 영업 중에 있다.
그렇다면 캐스팅디렉터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갈까. 이 직업이 생긴 초반부터 지금까지 캐스팅 세계에 몸담은 마리엔터테인먼트 박병철 이사와의 인터뷰를 진행, 캐스팅디렉터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와 그들의 바쁜 하루를 들여다봤다.
◇캐스팅디렉터란? 모든 배우들의 매니저다
박병철 이사는 자신은 ‘쩜오 세대’라고 표현했다. 캐스팅디렉터라는 명칭이 만들어지기 전인 1세대의 시절부터 일을 시작해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의 2세대를 잇는 위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 의뢰가 들어왔을 때부터 캐스팅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꽤나 복잡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지금은 캐스팅디렉터의 역할이 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리스트를 추리고 추려 배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는 고민들이 말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부분 제작사나 감독님이 이런 작품을 기획 중이라고 캐스팅디렉터에 알리고 배우 리스트업을 부탁한다. 저는 받은 시놉시스나 대본을 토대로 누가 가장 잘 어울리지를 리스트업을 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면을 고려해 주연부터 조연, 단역에 이르는 배우 리스트를 만들게 되면, 감독님과의 1차, 2차, 3차 미팅을 진행하며 색깔을 만들어간다.”
“첫 번째는 캐릭터가 나타내고자 하는 이미지가 있다. 시놉시스를 받으면 일단 인물을 머릿속으로 스케치한다. 어두운 이미지에 한 번씩 미소를 날려줬을 때 매력적인 남자라는 설명을 보고 상상을 하는 거다. 머릿속의 배우 포트폴리오를 뒤졌는데도 떠오르지 않으면 특성을 세네가지로 간략하게 꼽는다. 20대 남자, 키 180cm 이상 등의 가장 쉬운 특징부터 떠올려간다. 그 후 제 머릿속의 드라마에 제가 추려낸 배우들을 대입시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모든 장면은 다 되는데 한 신이 안 되는 배우가 있을 수 있고, 모든 신은 별로인데 가장 중요한 이 장면에서는 최고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순차적으로 중요도를 매겨 그 조건에 더 부합하는 인물을 집어내는 게 캐스팅의 과정이다.”
박 이사는 캐스팅디렉터가 하는 일이 생각 외로 많다고 했다. 캐스팅을 전담하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예산안에 맞춰 캐스팅을 진행하다보니 제작비 면에서도 깊이 관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베일에 싸인 캐스팅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캐스팅디렉터의 업무에는 해외 판권, 제작비 금액 책정 등도 포함된다. 배우의 개런티와 제작비가 맞아야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연부터 단역까지의 모든 배우들의 특징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캐스팅디렉터는 모든 배우의 매니저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어야지만 제가 감독님 앞에 가서 배우들의 강점과 단점들에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 연예인들에 관련된 비화도 전부 다 알아야 한다.”
◇변수와 싸우는 직업, 캐스팅디렉터
그렇다면 캐스팅디렉터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갈까. 그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어서 한 일곱 시에는 일어난다. 그것만 아니면 열 시까지 자고 싶은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외근이 잦은 직업이다 보니 업무 시간은 유연한 편이라고 했다.
“출근 시간은 10시다. 출근을 하자마자 전날에 있었던 캐스팅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오늘 어떤 배우들이 투입되는지 다른 직원들에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촬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에 대해 전체적인 주간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직원들과 회의를 거듭한다. 체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오전의 주된 업무다. 그 이후는 이제 앞으로 들어갈 시놉시스나 대본들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리스트업 작업을 한다.”

오전이 주로 회의와 주요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라면 오후 일정은 대부분 미팅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DB화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오후에는 주로 제작사, 감독님, 매니지먼트 등과의 미팅이 이어진다. 이후 미팅에서 수집한 배우들의 DB를 정리하고, 이들의 스케줄러 작업을 한다. 이 배우가 어느 작품에 들어가고, 언제 끝난다는 저만의 DB를 만든다. 그건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을 만큼 중요해서 공들여 작업한다. 4시나 5시쯤부터는 하루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 연기자들의 프로필이 메일로 오는데 이 사이에서 배우들을 선별하고, 꼭 뵀으면 하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미팅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진행한다. 미팅에서는 그 분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시스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한다. 누구보다 제가 그 분들의 특색과 성향, 방향성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팅에서 많은 특색을 파악하고 DB를 세분화 시킨다.”
그런 미팅을 하고 나면 벌써 저녁이다. 하지만 업무는 끝이 아니다. 박 이사는 “12시는 그냥 넘기는 날이 허다하다. 끝나는 시간의 대중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의상부터 스케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하는 탓에 캐스팅디렉터의 퇴근 시간은 늘 고무줄이다.
“저녁에는 내일 진행해야 하는 촬영의 캐스팅을 진행한다. 다른 직원들이 한 작업들에 대해서도 최종 컨펌을 내린다. 그렇게 정해진 사항들을 감독님께 전달하고, 모든 것들의 조율이 끝나면 그 때부터 배우와 의상, 내일 갔을 때의 연기 포인트나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배우 분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연기를 진행했을 때 오류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연출부가 원하는 연기에 대해 저희가 상세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배우가 대본을 잘 숙지했는지도 최종 체크를 한다. 내일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가 하루 일과가 정확히 완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면 그나마 양반이다. 돌발 상황이 많아서 때로는 비상대기조가 되기도 한단다. 박 이사는 최대한 빠른 대처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 일반적일 때의 시간표고, 만약 작품에 주인공이 캐스팅되지 못했다 싶으면 비상대기조가 된다. 무조건 캐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스팅디렉터들은 전화기와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어느 비상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항상 변수가 있어 변수와 싸우는 직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캐스팅이 불발됐을 때, 촬영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부득이하게 촬영 신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내일 야외신이 있어서 전부 캐스팅을 완료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그러면 세트 신으로 전부 다 바뀌고, 배우도 다 바뀌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거다.”
◇예측불허의 삶이라도, 캐스팅디렉터를 해나가는 힘
박 이사는 인터뷰 중에도 양해를 구하며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빠른 대처가 생명인 만큼 연락에 민감하기 때문이란다.
“예측불허의 삶이다보니 항상 전화기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지금은 무한대 요금제가 있었지만, 그런 요금제가 없었을 때에는 통화 비용만 40만 원에서 50만 원정도가 나왔다. 제작진에서 주는 연락에 제가 조금이라도 늦게 대응을 하거나 미흡하게 되면 그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반대로, 제가 정말 빠르게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하게 되면 신뢰도가 급상승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발 빠른 대처는 필수다. 통화는 대충 하루에 100통 이상은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바쁘고 마음 놓지 못하는 직업이지만, 그가 한결같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재미와 뿌듯함이었다. 그는 ‘다음에 또 같이 하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빛을 보지 못한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해내는 것도 보람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캐스팅을 비유하면, 방금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다시 산과 맞닥뜨린 격과 같다. 어쩔 때에는 지겹고 힘들기도 하지만 도착했을 때의 희열이 계속 산을 오르게 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작품은 MBC드라마넷 ‘별순검’이다. 류승룡 씨와 김성오 씨를 그 때 만났는데, 당시에는 MBC드라마넷의 초기 단계여서 모든 배우들이 배역을 거절하는 등 힘든 시기였다. 그러다가 연극과 일반인 오디션을 통해 이들을 캐스팅하게 됐는데, 그 같은 배우들을 발굴할 수 있게 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전쟁 같은 캐스팅을 해내는 캐스팅디렉터들은 보람과 재미로 또 다시 다음 작품을 할 힘을 얻는다. 이들은 오늘도 ‘100% 싱크로율’을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박병철 이사는…
마리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재임 중이다. 드라마 연애시대, 왕꽃선녀님, 영웅시대, 연개소문, 온에어, 별순검1-3, 트로트의연인, 삼총사, 일리있는사랑 등 약 130편의 드라마 캐스팅에 참여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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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디렉터는 한 작품의 캐스팅을 도맡아 주연부터 단역까지 배우들을 기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캐스팅디렉터는 이런 명칭이 생긴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드라마를 만들 때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직업이 됐다. 현재는 약 10여 군데의 캐스팅디렉터 전문 엔터테인먼트가 영업 중에 있다.
그렇다면 캐스팅디렉터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갈까. 이 직업이 생긴 초반부터 지금까지 캐스팅 세계에 몸담은 마리엔터테인먼트 박병철 이사와의 인터뷰를 진행, 캐스팅디렉터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와 그들의 바쁜 하루를 들여다봤다.
◇캐스팅디렉터란? 모든 배우들의 매니저다
박병철 이사는 자신은 ‘쩜오 세대’라고 표현했다. 캐스팅디렉터라는 명칭이 만들어지기 전인 1세대의 시절부터 일을 시작해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의 2세대를 잇는 위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 의뢰가 들어왔을 때부터 캐스팅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꽤나 복잡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지금은 캐스팅디렉터의 역할이 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리스트를 추리고 추려 배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는 고민들이 말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부분 제작사나 감독님이 이런 작품을 기획 중이라고 캐스팅디렉터에 알리고 배우 리스트업을 부탁한다. 저는 받은 시놉시스나 대본을 토대로 누가 가장 잘 어울리지를 리스트업을 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면을 고려해 주연부터 조연, 단역에 이르는 배우 리스트를 만들게 되면, 감독님과의 1차, 2차, 3차 미팅을 진행하며 색깔을 만들어간다.”
“첫 번째는 캐릭터가 나타내고자 하는 이미지가 있다. 시놉시스를 받으면 일단 인물을 머릿속으로 스케치한다. 어두운 이미지에 한 번씩 미소를 날려줬을 때 매력적인 남자라는 설명을 보고 상상을 하는 거다. 머릿속의 배우 포트폴리오를 뒤졌는데도 떠오르지 않으면 특성을 세네가지로 간략하게 꼽는다. 20대 남자, 키 180cm 이상 등의 가장 쉬운 특징부터 떠올려간다. 그 후 제 머릿속의 드라마에 제가 추려낸 배우들을 대입시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모든 장면은 다 되는데 한 신이 안 되는 배우가 있을 수 있고, 모든 신은 별로인데 가장 중요한 이 장면에서는 최고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순차적으로 중요도를 매겨 그 조건에 더 부합하는 인물을 집어내는 게 캐스팅의 과정이다.”
박 이사는 캐스팅디렉터가 하는 일이 생각 외로 많다고 했다. 캐스팅을 전담하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예산안에 맞춰 캐스팅을 진행하다보니 제작비 면에서도 깊이 관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베일에 싸인 캐스팅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캐스팅디렉터의 업무에는 해외 판권, 제작비 금액 책정 등도 포함된다. 배우의 개런티와 제작비가 맞아야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연부터 단역까지의 모든 배우들의 특징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캐스팅디렉터는 모든 배우의 매니저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어야지만 제가 감독님 앞에 가서 배우들의 강점과 단점들에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 연예인들에 관련된 비화도 전부 다 알아야 한다.”
◇변수와 싸우는 직업, 캐스팅디렉터
그렇다면 캐스팅디렉터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갈까. 그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어서 한 일곱 시에는 일어난다. 그것만 아니면 열 시까지 자고 싶은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외근이 잦은 직업이다 보니 업무 시간은 유연한 편이라고 했다.
“출근 시간은 10시다. 출근을 하자마자 전날에 있었던 캐스팅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오늘 어떤 배우들이 투입되는지 다른 직원들에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촬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에 대해 전체적인 주간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직원들과 회의를 거듭한다. 체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오전의 주된 업무다. 그 이후는 이제 앞으로 들어갈 시놉시스나 대본들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리스트업 작업을 한다.”
“오후에는 주로 제작사, 감독님, 매니지먼트 등과의 미팅이 이어진다. 이후 미팅에서 수집한 배우들의 DB를 정리하고, 이들의 스케줄러 작업을 한다. 이 배우가 어느 작품에 들어가고, 언제 끝난다는 저만의 DB를 만든다. 그건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을 만큼 중요해서 공들여 작업한다. 4시나 5시쯤부터는 하루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 연기자들의 프로필이 메일로 오는데 이 사이에서 배우들을 선별하고, 꼭 뵀으면 하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미팅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진행한다. 미팅에서는 그 분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시스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한다. 누구보다 제가 그 분들의 특색과 성향, 방향성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팅에서 많은 특색을 파악하고 DB를 세분화 시킨다.”
그런 미팅을 하고 나면 벌써 저녁이다. 하지만 업무는 끝이 아니다. 박 이사는 “12시는 그냥 넘기는 날이 허다하다. 끝나는 시간의 대중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의상부터 스케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하는 탓에 캐스팅디렉터의 퇴근 시간은 늘 고무줄이다.
“저녁에는 내일 진행해야 하는 촬영의 캐스팅을 진행한다. 다른 직원들이 한 작업들에 대해서도 최종 컨펌을 내린다. 그렇게 정해진 사항들을 감독님께 전달하고, 모든 것들의 조율이 끝나면 그 때부터 배우와 의상, 내일 갔을 때의 연기 포인트나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배우 분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연기를 진행했을 때 오류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연출부가 원하는 연기에 대해 저희가 상세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배우가 대본을 잘 숙지했는지도 최종 체크를 한다. 내일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가 하루 일과가 정확히 완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면 그나마 양반이다. 돌발 상황이 많아서 때로는 비상대기조가 되기도 한단다. 박 이사는 최대한 빠른 대처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 일반적일 때의 시간표고, 만약 작품에 주인공이 캐스팅되지 못했다 싶으면 비상대기조가 된다. 무조건 캐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스팅디렉터들은 전화기와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어느 비상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항상 변수가 있어 변수와 싸우는 직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캐스팅이 불발됐을 때, 촬영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부득이하게 촬영 신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내일 야외신이 있어서 전부 캐스팅을 완료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그러면 세트 신으로 전부 다 바뀌고, 배우도 다 바뀌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거다.”
◇예측불허의 삶이라도, 캐스팅디렉터를 해나가는 힘
박 이사는 인터뷰 중에도 양해를 구하며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빠른 대처가 생명인 만큼 연락에 민감하기 때문이란다.
“예측불허의 삶이다보니 항상 전화기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지금은 무한대 요금제가 있었지만, 그런 요금제가 없었을 때에는 통화 비용만 40만 원에서 50만 원정도가 나왔다. 제작진에서 주는 연락에 제가 조금이라도 늦게 대응을 하거나 미흡하게 되면 그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반대로, 제가 정말 빠르게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하게 되면 신뢰도가 급상승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발 빠른 대처는 필수다. 통화는 대충 하루에 100통 이상은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바쁘고 마음 놓지 못하는 직업이지만, 그가 한결같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재미와 뿌듯함이었다. 그는 ‘다음에 또 같이 하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빛을 보지 못한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해내는 것도 보람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캐스팅을 비유하면, 방금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다시 산과 맞닥뜨린 격과 같다. 어쩔 때에는 지겹고 힘들기도 하지만 도착했을 때의 희열이 계속 산을 오르게 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작품은 MBC드라마넷 ‘별순검’이다. 류승룡 씨와 김성오 씨를 그 때 만났는데, 당시에는 MBC드라마넷의 초기 단계여서 모든 배우들이 배역을 거절하는 등 힘든 시기였다. 그러다가 연극과 일반인 오디션을 통해 이들을 캐스팅하게 됐는데, 그 같은 배우들을 발굴할 수 있게 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전쟁 같은 캐스팅을 해내는 캐스팅디렉터들은 보람과 재미로 또 다시 다음 작품을 할 힘을 얻는다. 이들은 오늘도 ‘100% 싱크로율’을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박병철 이사는…
마리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재임 중이다. 드라마 연애시대, 왕꽃선녀님, 영웅시대, 연개소문, 온에어, 별순검1-3, 트로트의연인, 삼총사, 일리있는사랑 등 약 130편의 드라마 캐스팅에 참여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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