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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그때 그 가수] 오진성, 노래방 애창곡 ‘응급실’의 주인공을 만나다

기사입력 2014-04-16 08:00:06 | 최종수정 2014-04-16 09: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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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izi) 오진성 세 번의 좌절, 그리고 네 번의 시작

“이 가수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그 시절, 가요계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반짝 스타로 사라진 가수들.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돌연 대중들의 곁에서 사라진 이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사라진 것들의 그리움에 대하여…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후회하고 있어요 우리 다투던 그날 /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한거야’ - 드라마 ‘쾌걸춘향’ OST ‘응급실’ 가사 中

2005년, 드라마 ‘쾌걸춘향’의 OST ‘응급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아니,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는 이 익숙한 멜로디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당시 ‘응급실’을 불렀던 밴드 이지(izi)는 혜성처럼 등장해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전체 음반 판매 순위 1위라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응급실’을 부른 이지는 돌연 모습을 감췄다. 엄청난 히트곡을 남기고 홀연히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 밴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지의 보컬 오진성을 만나기 위해 서울 홍대에 있는 한 녹음실을 찾았다. 오진성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꽁꽁 숨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 화려했던 시작, 그리고 쓰디쓴 첫 좌절

고등학생이던 그 시절, 오진성은 마산에서 스쿨밴드에 들어가면서 음악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그는 30만원을 들고 상경했다. 하지만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취업계까지 내며 올라온 서울은 그가 생각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서울 역 앞에 도착했는데 건반을 팔길래 15만원을 주고 사버렸어요. 전 재산 30반원의 절반이나 써버리고 남은 돈으로 노량진에 비가 새는 집을 구했어요.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집이요.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연예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방송국, 혹은 신문사. 방송국에는 취업자리가 없어서 한 신문사 총무부에서 커피타고 국장님 복권 사다주는 일을 했죠. 용역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연예인을 쫓고 돈을 쫓다보니 막상 꿈꾸던 음악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연습에 매진한 그였다. 대학에 가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던 것이 진짜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 멤버들이 바로 지금의 이지다.

그렇게 만난 이지는 2002년부터 파이팅을 외치며 술만 먹었다. 19~20살의 어린 나이의 남자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술이 빠질 수 없었다. 문제는 술독에만 빠져 있었다는 거다. 우스갯소리지만 오진성의 노래엔 술 얘기가 단골 소재인 것도 이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연습도 하지 않고 무대에 올랐으니 관객이 없다한들 누굴 원망하겠는가. 단 한 명의 관객도 없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일도 허다했다. 일이 이쯤 되니 심각성을 깨닫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그때의 마음을 다시 되새겼다.

“공연을 세 번 쯤 했는데 티켓이 안 팔리고, 관객이 한 명도 없었어요. 당시 홍대 밴드 선배들이 그랬어요. ‘홍대에 밴드가 몇 없는데 너희는 한 2만 등 정도 되는 것 같다’고요. 그때 음악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드디어 현실을 깨닫게 된 거죠. 그때부터는 진짜 연습벌레가 됐어요. 멤버들과 밤새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술은…가끔 먹었어요. 아주 가끔(웃음).”

연습으로 다져진 후 섰던 공연에는 그들을 히트 가수로 만들 사람이 찾아왔다. 바로 드라마 ‘쾌걸춘향’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신동우 PD다. 당시 신 PD의 밑에서 연습을 하던 중 우연히 ‘응급실’이라는 곡을 듣게 된 오진성은 말 그대로 그 곡에 ‘확’ 꽂혔다. 여가수가 부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아쉽게 제작이 실패되자 그 곡은 당연히 버려졌다.

“멤버들이랑 ‘응급실’이라는 곡을 편곡해서 연습하고 있었어요. 우리 1집에 실어보려고요. 근데 신 PD가 편곡 버전을 듣고 ‘쾌걸춘향’에 넣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사실 버리는 곡이었으니까 큰 기대는 없었어요. 그런데 길을 지나갈 때마다 그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버스 타면 버스에서도 나오고. 정말 인기를 이렇게 한 순간에 얻을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대박을 친 음악의 가창자인 이지에게는 어떠한 수익금도 배분되지 않았다. ‘응급실’이라는 노래에 투자를 받았지만 중간에서 한 제작자가 이를 가로채 잠적한 탓이다. 수익금 배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심지어 소송까지 가게 됐고, 새 노래를 들고 나오려고 하던 그들의 앞길까지 모두 막혀버렸다. 그렇게 ‘반짝’ 빛났던 이지의 음악 인생은 그만큼 큰 좌절을 안겨줬다.

“음악을 처음 했을 때 사랑을 주는 노래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쪽 세계에 들어오다 보니 너무 다르더라고요. 어른들에 대한 제 마음에 상처가 깊어졌죠. 물론 제가 자만한 것도 있어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성공하니까 ‘역시 난 노래를 잘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도 멤버들 덕에 초심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 일본서 다시 시작, 그리고 또 좌절

그렇게 공백을 화려한 데뷔전 이후 공백을 보내던 그들에게 일본에서 제안이 왔다. 일본의 3대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사쿠마 마시히데와의 만남이었다. 한국에서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었던 그들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의 작업 끝에 결실을 맺었다.

“모든 걸 저희에게 맞춰줬어요. 아티스트 우선이었죠. 아날로그 적으로 모든 걸 수작업으로 했어요. 음악적으로는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전국 투어를 했는데 아티스트들이 절대 쉬지를 않아요. 심지어 대기실에서도요. 기타치고, 퍼포먼스 연습하고. 그러면서 우리의 음악적인 부분도 업그레이드됐고, 그들의 모습을 보며 태도도 많이 배웠어요.”

당시 가수 보아와 그룹 동방신기 외에 한국 가수가 많지 않은 시기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그럼에도 이지는 오리콘 차트에서 50위 정도까지 오르며 신인 팀의 저력을 과시했다. 아니 사실, 케이팝가수라기 보다 이들은 일본 팀처럼 활동을 했다.

일본에서의 첫 싱글 앨범 ‘돈 크라이’(Don’t cry)와 함께 한국에서도 2집 앨범 ‘아부지’를 발매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반응만이 돌아왔다. 국내에서 재기하고 싶었지만 함께하던 제작자의 경제적인 문제로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심지어 과거 ‘응급실’ 수익료에 대한 소송도 진행형이었다. 결국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렇게 2집 활동도 전혀 하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김준환(드럼)이 군대를 가면서 나머지 멤버들은 깊은 방황에 빠졌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 계속되는 방황 끝에 OST로 재기 꿈꾼다

그러던 중 배우 이준기가 과거 소속되어 있던 곳의 대표를 만났고, 이준기와 함께 2년 여 동안 투어를 함께 돌았다. 이 공연을 워밍업 삼아 새 앨범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도 영장이 나왔고, 결국 모두 군에 입대했다.

27살, 멤버들을 모두 군대에 보내고 홀로 남은 오진성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는 자신을 탓하며 또 다시 술에 의지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노래가 잘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성대에 혹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심정은 정말…. 음악을 그만 둬야할까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좌절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혜민 스님의 책을 보게 됐어요. 그 책을 통해 마음을 다지게 됐고, 내 인생에서 노래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죠.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노래를 하는 사람인데 ‘내가 정말 사랑을 주고 있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게 됐고, 그들의 열정을 보면서 ‘이 아이들도 열심히 하는데 사랑받았던 내가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건 내 목소리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지금도 건반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일 건반 앞에 앉아서 목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으면서 목소리를 돌려내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의 응원도 그가 일어서는데 큰 힘이 됐다.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재활에 힘쓰던 그는 약 10년 만에 새로운 곡을 통해 대중들을 다시 찾는다. 그 첫 번째는 OST다. 최수종 주연의 드라마 ‘불꽃 속으로’의 OST에 합류한 그는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음악의 꿈을 찾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9월 경,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발매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욕심이 없어졌어요. 그냥 노래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사람들에게 노래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요즘은 꿈에서도 무대에 있는 꿈이 꿔지더라고요. 80세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노래할 거예요. 누구보다 진심으로요.”

여러분이 기억하는 그때 그 시절의 가수는 누구입니까. 그리운 가수들,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주저 없이 제보해주세요. MBN스타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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